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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랍스터
영화 더 랍스터

 

요르고스 란티모스(Yorgos Lanthimos) 감독의 <더 랍스터(The Lobster, 2015)>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사랑과 자유의 관계, 사회가 강요하는 관계의 형태, 그리고 인간이 왜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를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영화의 배경은 싱글이 허용되지 않는 디스토피아적 사회다. 독신자들은 호텔에 수용되며, 일정 기간 내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게 된다. 주인공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아내와 이혼한 후 이 호텔로 보내지며, 짝을 찾지 못하면 랍스터로 변할 운명에 처한다. 하지만 그는 호텔을 탈출하고, 독신자로 살아가는 ‘숲의 반군’과 만나며 기존의 규범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1. 사랑은 사회적 의무인가, 개인의 선택인가?

영화 속 사회는 사랑을 개인적인 감정이 아닌,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는 ‘의무’로 설정한다. 호텔의 규칙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정해진 시간 내에 반드시 짝을 찾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동물로 변해 인간의 세계에서 사라져야 한다. 즉, 사회는 관계 맺기를 강제하며, 사랑조차도 일정한 기준과 조건을 충족해야만 인정된다.

이 개념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규율 권력(disciplinary power)' 이론과 연결된다. 푸코는 사회가 특정한 행동과 규범을 강요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호텔은 사랑을 인간의 필수 조건으로 만들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극단적인 처벌을 내린다.

그렇다면 사랑은 사회적 의무인가, 아니면 개인의 선택이어야 하는가? 영화는 사랑이 강요될 수 없는 감정이며, 진정한 관계는 외부의 압력이 아닌 개인의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2. 인간은 왜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영화 속 인물들은 짝을 찾기 위해 공통점을 만들어내려 애쓴다. 그들은 서로의 특징을 인위적으로 맞추거나, 때로는 거짓말까지 하며 관계를 형성하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결국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사회의 강요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적인 관계일 뿐이다.

이 문제는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타자는 지옥이다' 개념과 연결된다. 사르트르는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규정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시선과 기대 속에서 자유를 잃을 수 있다고 보았다. 영화 속 인물들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사회적 요구를 충족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조차 잃어버린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사랑이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영화는 관계 맺기가 단순한 생존의 조건이 아니라, 진정한 감정의 교류에서 비롯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3. 자유는 관계 속에서 실현될 수 있는가?

영화 후반부에서 데이비드는 호텔을 탈출하고, 관계를 거부하는 독신자 집단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호텔과 정반대의 규율을 강요하며, 어떠한 연애 감정도 금지한다. 즉, 호텔이 강제적으로 사랑을 요구하는 것처럼, 독신자 집단은 사랑을 부정하는 또 다른 억압적 체계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과 연결된다. 헤겔은 권력 관계에서 한쪽이 억압을 받으면, 결국 새로운 형태의 억압이 탄생한다고 보았다. 영화 속 호텔과 독신자 집단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억압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자유는 관계 속에서 실현될 수 있는가? 인간은 관계 속에서도 온전한 자유를 가질 수 있는가? 영화는 극단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의 감정과 선택이 존중되는 관계만이 진정한 자유를 가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4. 결론: <더 랍스터>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

영화 <더 랍스터>는 단순한 연애 영화가 아니라, 사랑과 자유의 관계, 사회가 강요하는 관계의 형태, 그리고 인간이 왜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를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영화는 사랑은 사회적 의무인가 개인의 선택인가, 인간은 왜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자유는 관계 속에서 실현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가 진정한 선택인지, 혹은 사회적 강요로 인해 형성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결국, <더 랍스터>는 사랑이 단순한 생존 조건이 아니라, 진정한 자유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의 자유를 확장하는가, 아니면 제한하는가? 영화는 이 질문을 남기며, 관객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