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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일런스(The Silence) 줄거리 및 감상 총평

 

‘더 사일런스’는 소리를 감지해 인간을 공격하는 괴생명체가 퍼진 세계에서, 한 가족이 살아남기 위해 ‘말하지 않는 법’을 익히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생존 스릴러다. 단순 괴수물이 아닌, 침묵이라는 설정을 통해 ‘의사소통의 부재’, ‘본능적인 두려움’, ‘가족 간 신뢰’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더 사일런스 줄거리: 들키면 죽는다, 말할 수 없는 재난

이야기는 고대 동굴에서 깨어난 알 수 없는 괴생명체 '베스프(Vesps)'가 세상에 퍼지며 시작된다. 이 생명체는 시각은 없지만 청각에 극도로 민감해, 인간의 말소리, 발자국, 기침 소리에도 반응해 공격을 가한다. 미국 전역이 대혼란에 빠지고, 사람들은 말 대신 손짓과 눈빛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하며 살아남아야 한다.

주인공 앨리(킬린 시먼즈)는 청각장애를 지닌 10대 소녀다. 일찍이 소리 없는 세상에 적응해 살아온 그녀는 이 재난 상황 속에서 오히려 생존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앨리의 가족은 재난을 피해 외딴 시골로 향하고, 그곳에서 이들은 새로운 위협—광신도 집단, 그리고 생존을 빌미로 인간성을 잃어가는 이웃들—과 마주하게 된다.

‘더 사일런스’는 생존 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핵심은 괴물보다 더 무서운 ‘인간’에 있다.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능과 욕망, 그리고 그것을 감싸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의미가 전면에 드러난다.

 

등장인물: 침묵 속에서도 명확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들

  • 앨리(킬린 시먼즈) – 청각장애를 지닌 16세 소녀. 가족 중 누구보다 침묵에 익숙하고, 위기 상황에 빠르게 적응한다. 그녀의 냉정함과 결단력은 단순한 청소년 캐릭터를 넘어서 ‘생존의 중심’으로 그려진다.
  • 휴(스탠리 투치) – 앨리의 아버지이자 가족의 리더. 이성적이고 냉철한 선택으로 가족을 보호하려 애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적인 도리를 지키려는 모습이 인상 깊다.
  • 켈리(미란다 오토) – 앨리의 어머니. 보호 본능과 감정적 연결이 강한 인물로, 가족의 정서적 중심이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그녀의 용기는 때때로 아버지와 대립각을 세운다.
  • 광신도 리더 – 무언의 종교 집단을 이끄는 인물로, 침묵을 숭배하며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 한다.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존재로, 영화 후반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열쇠가 된다.

 

작품 기본 정보

  • 제목: 더 사일런스 (The Silence)
  • 장르: 생존 스릴러, 괴수 재난, 가족 드라마
  • 제작 국가: 독일, 미국 합작
  • 러닝타임: 약 90분
  • 공개 연도: 2019년
  • 출연: 스탠리 투치, 킬린 시먼즈, 미란다 오토 외
  • 감독: 존 R. 레오네티
  • 시청 가능 플랫폼: 넷플릭스

 

감상총평: 괴물이 조용히 가르쳐준 ‘말 없이도 전해지는 것들’

‘더 사일런스’는 ‘공포’보다 ‘침묵’이 더 무서운 세계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괴물의 등장이 중심에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은 괴물보다 인간이 더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꽤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청각장애 소녀가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단순한 캐릭터 장치가 아니다. 이 세계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존재가 ‘가장 약자’였다는 점에서, 감독은 사회적 약자를 다시 보게 만드는 역전된 시선을 제시한다. 앨리는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누구보다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능숙하다. 이는 '진짜 소통'이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괴수와의 전투에만 집중하지 않고, 극단적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이기적이고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광신도 집단의 등장은 종교, 권력, 통제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며, 팬데믹 이후의 현실과도 오버랩되는 느낌을 준다. ‘침묵’을 강요당한 사회 속에서 누가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누가 침묵당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메타포로도 읽힌다.

가족의 의미도 중요한 축이다. 대사 없이도 서로를 이해하는 가족의 모습, 손짓 하나로 전해지는 감정, 위험 속에서 서로를 먼저 바라보는 시선은,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소리 없이 서로를 지켜주는 관계’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중요한 가치일지도 모른다.

장르적 완성도 면에서는 다소 평이한 구성일 수 있지만, 이 영화의 진가는 ‘침묵의 미학’과 ‘비언어적 감정 전달’에 있다. 오히려 말이 없기에 더 뚜렷하게 느껴지는 두려움,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신뢰는, 스릴러 장르의 틀을 넘어선 감정적 울림을 준다.

 

결론: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들

‘더 사일런스’는 단순한 괴수물이 아니다.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관계, 절망 속에서도 이어지는 신뢰, 그리고 말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영화는 말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소리 없이도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현실이 너무 시끄럽다고 느껴지는 날, 이 영화를 통해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관계’를 떠올려보자. 때론 침묵이 가장 진실한 언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