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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vs 베이비 드라이버

 

드라이브(2011)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는 모두 '운전'을 핵심 소재로 삼지만, 그 안에 담긴 캐릭터의 성격, 영화의 정서, 삶을 바라보는 방식은 극명하게 다르다. 한 편은 침묵과 고독 속에서 자기만의 길을 달리는 남자의 비극을, 다른 한 편은 음악과 자유를 향해 달려가는 젊은이의 희망을 그린다. 이 두 작품은 표면적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감정선을 가진다.

 

1. 침묵 속을 달리는 사내, 〈드라이브〉의 고독과 폭력

〈드라이브〉의 드라이버(라이언 고슬링)는 세상과 단절된 인물이다. 그는 낮에는 자동차 정비공이자 스턴트 드라이버로, 밤에는 범죄자의 도주를 돕는 운전사로 살아간다. 영화는 그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으며, 그는 철저히 감정 표현을 배제한 채 살아간다. 말이 적고, 감정 표현이 없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인공적이고, 외로워 보인다. 그의 세계는 빠른 질주와 긴 침묵으로 이루어져 있다. 드라이버는 아이린(캐리 멀리건)과 그녀의 아들 베니시오를 만나면서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자신 외의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감정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인간성 회복 시도는 세상의 잔혹함과 충돌하며 실패로 끝난다. 드라이버는 아이린을 위해 범죄자들과 맞서 싸우지만, 그 대가는 고립과 상처다. 그는 다시 누구와도 연결될 수 없는 세계로 돌아간다. 이 영화는 폭력을 묘사하는 방식에서도 특별하다. 액션이 화려하거나 영웅적인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고, 잔혹하고, 짧다. 폭력은 드라이버가 품은 내면의 분노와 절망을 투사하는 수단이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은 철저히 스타일리시한 비주얼과 서늘한 분위기로 드라이버의 심리를 그려낸다. 질주하는 자동차 안에서도 드라이버는 자유롭지 않다. 그는 외부로부터 달아나면서도 결국 자기 자신으로부터는 달아날 수 없다. 그의 운전은 탈출이 아니라 고독을 심화시키는 여정이다.

 

2. 리듬에 몸을 실은 소년, 〈베이비 드라이버〉의 희망과 성장

〈베이비 드라이버〉의 베이비(안셀 엘고트)는 정반대다. 그는 음악을 듣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소년이며, 그의 운전은 자유와 희망의 메타포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사고 후유증으로 생긴 이명 증상을 음악으로 극복해 온 베이비는, 범죄 조직에서 뛰어난 운전 실력으로 일하지만, 언제나 그 세계를 떠나고 싶어 한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영화 전체를 음악과 함께 설계했다. 모든 도주 장면, 심지어 걷는 장면조차도 리듬에 맞춰 진행된다. 음악은 베이비의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동시에, 그의 행동에 활력을 부여한다. 베이비에게 운전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스스로를 표현하고, 억압된 현실을 잠시나마 벗어나는 수단이다. 특히 데보라(릴리 제임스)와의 만남은 베이비에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진정한 자유를 꿈꾸게 만든다. 〈베이비 드라이버〉의 범죄와 폭력은 낭만화되지 않는다. 베이비는 강제로 끌려들어간 범죄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운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며 책임을 진다. 하지만 영화는 그 책임의 끝에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을 남긴다. 베이비의 질주는 절망이 아니라 성장과 구원으로 이어진다. 그는 고독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한다.

 

3. 두 사람, 두 방향: 고독을 껴안은 자와 자유를 향한 자

〈드라이브〉와 〈베이비 드라이버〉 모두 자동차를 타고 질주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지만, 그 운전이 의미하는 바는 극명하게 다르다. 드라이버에게 운전은 세상과 자신을 차단하는 수단이다. 그는 감정 표현을 두려워하고,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그 안에 머물 수 없다. 그의 질주는 결국 고독과 자멸로 귀결된다. 반면 베이비에게 운전은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도구다. 그는 처음에는 억지로 범죄 조직에 끌려 들어갔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로운 삶을 꿈꾸며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려고 한다. 베이비는 속죄를 통해 자유를 얻는다. 그의 마지막 질주는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다. 두 영화의 연출 방식도 이 차이를 극대화한다. 〈드라이브〉는 침묵과 간결한 대사, 차가운 색감으로 고독감을 표현한다. 반면 〈베이비 드라이버〉는 경쾌한 음악, 다채로운 색감, 빠른 편집으로 생동감과 젊음을 강조한다. 둘 다 세련된 스타일을 지녔지만, 완전히 다른 감정선을 관객에게 남긴다.

 

결론: 운전하는 이유가 다르면, 삶의 방향도 달라진다

〈드라이브〉와 〈베이비 드라이버〉는 '운전'이라는 같은 소재를 통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쪽은 세상과의 단절을, 다른 한쪽은 세상과의 연결을 상징한다. 침묵 속을 홀로 달리던 드라이버는 결국 자신의 고독 속으로 사라지지만, 음악을 따라 달리던 베이비는 죄를 이겨내고 자유를 향해 나아간다. 이 두 영화를 보고 나면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삶을 운전하고 있는가? 고독을 견디며 달릴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을 넘어 자유를 향해 질주할 것인가?"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는가가 아니라, 왜 달리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두 영화 모두, 그 대답을 우리 각자에게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