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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라라랜드(La La Land, 2016)는 뮤지컬 영화의 틀 안에 ‘현실적인 로맨스’와 ‘꿈을 향한 집념’을 녹여낸 작품이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두 주인공 미아와 세바스찬이 각자의 꿈을 좇으며 사랑하고, 결국은 이별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러나 이별조차도 슬프기보다는 아름답게 그려지며, 그 속에는 꿈과 사랑 사이에서 인간이 겪는 갈등과 성장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라라랜드는 단순히 감각적인 노래와 춤으로 기억되는 영화가 아니라, 한 번쯤 우리 모두가 경험했거나 상상했을 법한 ‘미완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1. 라라랜드, 미완성 로맨스를 통해 완성된 개별의 성장

영화의 가장 인상 깊은 지점은 두 주인공이 결국 함께하지 않는다는 결말이다. 미아는 배우로서의 성공을 이루고, 세바스찬은 자신만의 재즈 클럽을 연다. 그러나 그들은 함께 꿈을 이뤄낸 연인이 아니라, 서로의 인생에서 중요한 ‘과거의 한 사람’으로 남는다. 이 결말은 전통적인 로맨스 장르의 해피엔딩 공식을 거부하며, 오히려 현실적이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각자의 길을 가기로 선택했지만, 그들의 관계는 결코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서로의 인생에 결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존재로 기능한다. 미아는 세바스찬의 격려 덕분에 오디션을 통해 배우의 길을 열었고, 세바스찬 역시 미아와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철학을 더욱 명확히 하게 된다. 이처럼 라라랜드는 로맨스를 통해 개인의 성장을 보여주는 구조를 갖는다. 특히 마지막 환상 시퀀스에서 보여지는 ‘만약 우리가 함께했다면’이라는 상상은, 이별을 단순히 아픈 기억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한때 깊이 사랑했던 시간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방식이다. 이 장면은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그것이 실패였던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2. 뮤지컬 형식을 활용한 감정의 폭발

라라랜드는 고전 헐리우드 뮤지컬의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갑작스럽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장면들이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관객을 끌어들이는데, 이는 인물들이 직접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음악과 춤으로 표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연출은 감정을 시각화하고, 인물의 내면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예를 들어, 미아와 세바스찬이 함께 그리피스 천문대를 방문한 후, 별들 사이를 떠다니는 장면은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몽환적이고 이상적인지를 상징한다. 이는 현실의 장면이 아니지만, 인물들의 감정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이다. 또한, 오프닝 시퀀스에서 고속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Another Day of Sun’은 LA라는 도시의 화려함과 동시에 각자 다른 꿈을 꾸는 청춘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뮤지컬 장르의 장점을 극대화한 이러한 연출 방식은 영화의 감정적 울림을 더욱 깊게 만든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꿈에 대한 갈망, 사랑의 설렘, 이별의 쓸쓸함 등이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며 관객에게 강렬하게 전달된다. 이는 라라랜드가 단지 이야기로만 평가받지 않고, 감각적 경험으로서 기억되는 이유다.

 

3. 마지막 환상 시퀀스에 담긴 ‘만약에’의 의미

영화의 마지막, 미아가 남편과 함께 세바스찬의 재즈 클럽에 우연히 들르게 되고, 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친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과 함께, ‘우리가 함께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이 펼쳐진다. 이 시퀀스는 단순한 상상 장면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흐름을 형상화한 중요한 장면이다. 이 환상 시퀀스는 그들이 함께 꿈을 이루며 살아갔을 가능성의 세계를 보여주지만, 결국 현실로 돌아오면서 그 선택이 환상 속에만 존재함을 강조한다. 이는 관객에게 현실과 환상, 선택과 결과 사이의 간극을 체감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아는 미소를 짓고, 세바스찬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는 후회가 아닌, 감사와 존중이 담긴 눈빛이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 묻는다. 인생에서 사랑이 항상 이루어져야만 가치가 있는가? 혹은 어떤 사람과의 만남이 반드시 끝까지 함께 가야만 의미가 있는가? 라라랜드는 오히려, 짧지만 강렬했던 사랑이 인생을 바꾸는 데 충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들이 함께하지 않았기에 각자의 길에서 더 빛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역설적으로 ‘완벽한 이별’을 보여준다.

 

결론: 사랑과 꿈 사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

라라랜드는 단순히 사랑 이야기로 기억되는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각자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서로를 깊이 사랑했던 두 사람의 찬란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함께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완성시켰고, 서로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영향을 남겼다. 영화를 본 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그리고 그 선택이 후회가 아니라, 감사를 남길 수 있을까?" 라라랜드는 그 해답을 직접 말해주지 않지만, 꿈과 사랑의 균형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여운 깊은 이야기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