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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2012)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영화로, 톰 후퍼 감독이 연출하고 휴 잭맨,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우 등이 출연했다. 프랑스 혁명 이후의 혼란스러운 시대를 배경으로, 가난, 죄, 용서, 혁명, 구원 등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선 깊은 울림을 준다. 영화는 다양한 인물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장 발장, 자베르, 판틴, 마리우스와 같은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스스로에게도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정의를 따르고 있는가?"

 

1. 장 발장과 자베르, 법과 양심의 충돌

장 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하고 나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세상은 그의 과거를 지워주지 않으며, 그는 또다시 범죄의 길로 빠질 위기에 놓인다. 하지만 한 신부의 무조건적인 용서를 받고 나서, 그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이 장면은 작품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으로, ‘용서’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강하게 보여준다. 반면, 자베르는 법과 질서를 절대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장 발장이 아무리 선하게 살아가도 과거의 죄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자베르는 법이 곧 정의이며, 그것을 위반한 자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혼란에 빠진다. 장 발장은 실제로 자비롭고 선한 인물로 변화했지만, 자베르의 세계관은 그러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 자베르의 마지막 선택은 단순한 절망이 아니라, 세계관의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자신이 평생 믿어온 법과 질서가 반드시 정의가 아님을 깨닫게 되고, 그 혼란을 감당하지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 두 인물의 대조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정의’와 ‘도덕’, ‘법’과 ‘양심’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2. 판틴의 몰락, 여성과 빈민의 현실을 고발하다

판틴은 한때 평범한 여성으로 살았지만,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사회의 가장 밑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그녀는 딸 코제트를 고아원에 맡기고 돈을 보내기 위해 치열하게 일하지만, 사회는 그녀를 돌봐주지 않는다. 결국 머리카락을 팔고, 이를 뽑고, 몸까지 팔며 생계를 이어가다 폐병에 걸려 죽는다. 이 과정은 당시 여성과 빈민층이 어떤 사회적 위치에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판틴이 해고당한 이유는 ‘결혼하지 않은 아이를 몰래 키우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데, 이는 당시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한 도덕 기준이 얼마나 불합리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녀의 몰락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시스템적인 문제다. 아무리 성실히 살아도, 제도와 편견은 그녀를 보호하지 못했다. 장 발장은 그런 판틴을 구하려 하지만, 그녀가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입은 이후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코제트를 데려와 친딸처럼 키운다. 판틴의 죽음은 단지 비극적인 요소가 아니라, 이후 이야기의 윤리적 토대를 마련해주는 상징이 된다. 그녀를 통해 우리는 한 사회가 소외된 존재를 어떻게 방치하거나 파괴하는지를 직시하게 된다.

 

3. 마리우스와 코제트, 혁명 세대의 희망과 이상

코제트는 장 발장이 보호하며 키운 소녀로, 순수하고 이상적인 사랑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그녀와 마리우스의 만남은 혼란한 시대 속에서도 피어나는 순수한 감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마리우스는 단순한 연인의 역할을 넘어, 젊은 혁명가로서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세대의 대표이기도 하다. 마리우스와 그의 친구들은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위해 봉기를 준비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한 실패로 끝난다. 이들의 투쟁은 현실 정치와 권력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지고, 대부분의 동료들은 죽음을 맞는다. 이는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투쟁했지만, 진정한 변화가 쉽지 않다는 역사적 아이러니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 젊은 세대의 희망을 부정하지 않는다. 살아남은 마리우스는 코제트와 함께 삶을 이어가며, 자신이 목격한 희생과 이상을 기억한다. 이는 우리가 비록 이상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이상을 꿈꾸고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영화 마지막의 장면에서 과거의 인물들이 모두 모여 노래하는 모습은, 현실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과 연대가 존재한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결론: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삶, 그 속의 인간성

레미제라블은 절망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희망을 찾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장 발장의 용서와 변화, 자베르의 내적 갈등, 판틴의 몰락과 코제트의 성장, 그리고 마리우스의 이상주의적 투쟁까지—모든 인물들은 시대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부딪히고 흔들리며 자신의 선택을 해나간다. 이 영화를 본 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정의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레미제라블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나 뮤지컬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성과 사회 구조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