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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Alejandro G. Iñárritu) 감독의 <레버넌트(The Revenant, 2015)>는 단순한 생존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극한의 환경에서 인간의 생존 본능, 복수심이 인간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의지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영화의 주인공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모피 사냥꾼이자 안내자로 일하던 중, 곰의 공격을 받고 중상을 입는다. 동료였던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는 그를 죽이려 하고, 글래스의 아들까지 살해한 뒤 홀로 도망친다. 죽음 직전까지 내몰린 글래스는 피츠제럴드에게 복수하기 위해 극한의 추위와 고통을 이겨내며 살아남는다.
1. 생존 본능은 어디까지 인간을 몰아붙이는가?
글래스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도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그는 강물에 몸을 던지고, 동물의 사체 속에서 추위를 견디며, 날것을 먹고, 스스로 상처를 치료하면서 전진한다. 그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복수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넣는다. 이것은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의 자연 상태 이론과 연결된다. 홉스는 인간이 문명의 보호 없이 본능적으로 살아갈 때, 오직 생존을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영화 속 글래스는 법도, 도덕도 존재하지 않는 자연 속에서 본능에 따라 행동하며,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생존 욕구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디까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일 수 있는가? 극한의 환경 속에서 우리는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영화는 생존과 인간성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2. 복수는 인간을 어떻게 움직이는가?
글래스가 살아남는 이유는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피츠제럴드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다. 그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복수를 향한 집념을 놓지 않으며, 고통과 두려움을 넘어 끝까지 그를 쫓아간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복수가 그의 삶을 지탱하는 이유가 되는 동시에, 그를 더욱 황폐한 존재로 만들어 간다. 이것은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원한의 도덕’과 연결된다. 니체는 원한을 기반으로 한 도덕이 인간을 갉아먹으며, 궁극적으로는 스스로를 파괴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글래스의 여정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선, 복수심에 사로잡힌 인간의 심리를 깊이 있게 묘사한다. 그렇다면 복수는 인간에게 동기를 부여하는가, 아니면 파괴적인 감정인가? 복수는 의미 있는 목표가 될 수 있는가, 아니면 단순한 자기 파괴의 과정인가? 영화는 복수의 의미와 그것이 인간을 어디까지 몰아붙이는지를 탐구한다.
3. 의지는 어디까지 인간을 움직일 수 있는가?
글래스는 극도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 한다. 그는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 신체적 조건이 아니라, 의지라는 것을 보여준다. 피츠제럴드와 맞닥뜨린 순간, 그는 복수를 직접 완수하는 대신 자연의 법칙에 맡긴다. 결국, 그의 의지는 복수를 넘어 생존을 위한 선택을 하게 만든다. 이것은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실존주의와 연결된다. 사르트르는 인간이 어떤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선택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만들어 나간다고 보았다. 영화 속 글래스 역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며, 자신의 존재를 정의해 나간다. 그렇다면 인간의 의지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끝까지 살아남으려 하는가? 영화는 인간이 가진 의지의 힘과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4. 결론: <레버넌트>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
영화 <레버넌트>는 단순한 생존 영화가 아니라, 극한의 환경에서 인간의 생존 본능, 복수심이 인간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의지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영화는 생존 본능은 어디까지 인간을 몰아붙이는가, 복수는 인간을 어떻게 움직이는가, 의지는 어디까지 인간을 움직일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우리가 극한의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든다. 결국, <레버넌트>는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힘이 무엇인지 묻는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으며, 복수를 위해 무엇을 희생할 수 있는가? 영화는 이 질문을 남기며, 관객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