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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리틀 포레스트(2018)는 임순례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일본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와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의미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은 일상의 고단함과 인간관계의 상처를 뒤로하고 시골로 돌아와 직접 농사를 짓고 요리하며, 자연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찾아간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과 정성 들여 만드는 음식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삶의 속도와 방향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1.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자급자족의 삶을 선택한 이유

혜원은 도시에서의 삶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그녀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에 상처받았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지만, 도시에서의 고립감과 인간관계의 복잡함이 배경으로 암시된다. 그녀의 귀향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자신을 다시 돌아보기 위한 선택이다. 자연 속에서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도 있었지만, 혜원은 일단 도시를 벗어나 고향에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은 단순하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혜원은 자신을 치유한다. 아침에 일어나 밭을 돌보고, 제철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하루를 정리하는 일상이 반복되지만, 그 안에는 도시에선 느낄 수 없었던 평온함과 성취감이 있다. 도시는 빠르게 돌아가며 사람들을 끊임없이 재촉하지만, 시골에서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른다. 혜원은 이런 자연의 순리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천천히 깨닫게 된다. 특히, 혜원이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 때는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김태리의 섬세한 연기와 실제로 요리하는 장면들이 어우러져, 관객들도 혜원의 성취감과 여유로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자급자족의 삶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돌보고 치유하는 과정으로 묘사된다.

 

2. 음식과 계절,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

영화 속 음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혜원이 자연과 교감하며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다. 봄에는 산나물과 연한 쑥으로 쑥버무리를 만들고, 여름에는 직접 기른 채소로 수프를 끓인다. 가을에는 수확한 곡식으로 밥을 짓고, 겨울에는 말린 채소로 국을 끓인다. 이러한 요리 과정은 자연과 계절에 따라 살아가는 혜원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혜원이 음식을 만들 때마다 떠올리는 엄마의 기억도 중요한 요소다. 엄마와 함께 요리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혜원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도시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살아 있음’의 실감이, 음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영화 속에서 요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을 채우고 과거를 떠올리며 상처를 치유하는 의식처럼 묘사된다. 음식을 통해 표현되는 계절감은 영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혜원의 생활도 조금씩 변하고, 음식의 재료와 조리법도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혜원은 자신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특히, 겨울철에 따뜻한 음식을 만들며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장면은, 혜원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전환점이 된다.

 

3. 자연 속에서 다시 찾은 나, 성장의 여정

혜원이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는 단순히 현실을 회피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연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 위해 돌아왔다. 도시에 있을 때는 누구도 혜원의 마음을 깊이 이해해주지 않았지만, 고향에서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이는 자연이 주는 무조건적인 수용과도 같다. 영화 후반부에 혜원은 다시 도시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자연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여유를 되찾은 후 비로소 현실과 마주할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혜원에게 고향에서의 시간은 ‘도망’이 아니라 ‘준비’였던 것이다. 그녀는 고향에서의 자급자족 생활을 통해 자립심을 키우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발견하게 된다. 혜원의 변화는 단지 생활의 변화뿐 아니라, 마음가짐의 변화로도 나타난다. 처음에는 무기력하게 돌아온 고향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을 가꾸고 요리하며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결국 혜원은 자연 속에서 성장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결론: 자연이 가르쳐준 삶의 속도와 방향

리틀 포레스트는 화려하지 않지만, 잔잔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도시의 복잡함과 인간관계의 피로 속에서 지친 현대인들에게, 혜원이 선택한 자연 속 삶은 하나의 대안처럼 보인다. 자급자족의 과정 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과, 계절을 따라가는 삶의 속도는 ‘느리지만 진짜인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이 영화를 본 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가?" 리틀 포레스트는 삶이 버거울 때 잠시 멈춰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주며, 자연 속에서 다시 힘을 얻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