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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즈 킹덤 vs 조조 래빗

 

문라이즈 킹덤(2012)과 조조 래빗(2019)은 모두 어린이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작품이다. 각각 웨스 앤더슨과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개성 넘치는 연출 아래, 전쟁과 사회 혼란 속에서도 순수와 희망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글에서는 두 작품이 어떻게 '어린이의 눈'을 통해 세계를 재해석했는지 살펴본다.

 

1. 문라이즈 킹덤과 조조 래빗에서 전쟁과 혼돈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

문라이즈 킹덤은 1960년대 뉴잉글랜드의 한 섬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소녀 수지와, 외톨이 소년 스카우트 대원 샘이 서로를 발견하고 도망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들의 탈출은 어른들에게는 문제아들의 일탈로 보이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세상으로부터 독립해 자신들만의 작은 왕국을 건설하려는 시도다. 웨스 앤더슨은 세심한 미장센과 대칭적인 구도로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세상의 혼란과 불안정성을 동화처럼 포장한다. 어른들의 세계는 무심하고 혼란스러우며 때로는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그 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꿈꾼다. 조조 래빗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나치 독일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조조는 어린 나이에 히틀러 유겐트에 가입해 '애국심'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유대인 소녀 엘사를 집에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세계관이 흔들린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조조의 순진하고 왜곡된 시선을 유머와 슬픔을 오가며 보여준다. 영화는 히틀러를 상상의 친구로 등장시켜 전쟁의 광기를 희화화하고, 조조가 점차 진짜 인간성과 공감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아이가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해 가는 성장 서사를 담는다. 두 작품 모두 전쟁이나 사회적 혼란이라는 배경을 공유하지만, 아이들의 순수성은 이 모든 비극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2. 상상과 환상의 세계를 통한 현실의 극복

아이들은 세계를 직접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한다. 문라이즈 킹덤에서 샘과 수지는 도망친 숲속에서 자신들만의 결혼식을 올리고, 작은 텐트 안에서 세상 누구보다 진지하게 서로를 의지한다. 현실 세계는 그들에게 폭풍과 같은 어른들의 질책과 체벌을 안겨주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 사랑과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을 지켜낸다. 이 영화는 아이들의 상상이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상처를 치유하고 세상과 맞서는 하나의 방식임을 보여준다. 조조 래빗에서는 조조가 상상 속 친구로 히틀러를 만들어낸다. 히틀러는 조조에게 유쾌하고 우스꽝스러운 방식으로 '애국'을 가르치지만, 조조가 점점 엘사와 교류하면서 히틀러의 모습은 점점 흉측하고 공포스럽게 변한다. 상상 속 세계는 조조가 자신의 두려움과 세뇌된 믿음에서 벗어나는 과정의 반영이다. 현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아이들은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때로는 그 상상을 깨뜨리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성장에 다가간다. 두 영화 모두 상상과 환상의 힘을 통해 어린 주인공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혼란한 현실을 이해하고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3. 아이들의 독립성과 성장, 그리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법

문라이즈 킹덤은 샘과 수지가 어른들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그들은 섬을 탈출하려 하고, 위험한 자연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한다. 그러나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다시 사회 속으로 돌아온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두 아이가 단순한 문제아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는 점이다. 영화는 이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어른들의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도 아이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조조 래빗 역시 조조의 성장에 방점을 찍는다. 처음에는 전쟁과 증오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조조는, 엘사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전쟁이 끝난 후, 조조는 망설임 없이 엘사의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춘다. 이 장면은 조조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첫 걸음이자, 어른이 되는 진정한 시작을 의미한다. 두 작품 모두 성장의 본질을 '세상에 대한 순진한 환상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도 다시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로 해석한다.

 

결론: 전쟁과 혼란 속에서 피어나는 순수한 세계

문라이즈 킹덤과 조조 래빗은 서로 다른 시대와 배경을 다루지만, 공통적으로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쟁과 혼란 속에서도 아이들은 사랑하고, 꿈꾸며,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 성장한다. 웨스 앤더슨과 타이카 와이티티는 각각의 독창적인 연출 스타일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가 무너질 때에도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세상을 다시 만들 수 있는 힘이 존재함을 조용히 이야기한다. 이 두 작품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아직 세상을 다시 꿈꿀 수 있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