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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소마
영화 미드소마

 

아리 에스터(Ari Aster) 감독의 <미드소마(Midsommar, 2019)>는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 전통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자유 의지와 집단적 통제를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영화는 주인공 대니(플로렌스 퓨)가 가족을 잃은 후, 남자친구 크리스티안과 그의 친구들과 함께 스웨덴의 한 외딴 마을을 방문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90년에 한 번 열리는 여름 축제가 진행되고 있으며, 겉으로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공동체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마을의 전통과 의식이 단순한 문화적 행사 그 이상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1. 개인은 공동체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영화 속 마을은 철저한 집단주의 체계를 따르고 있다. 개인의 감정보다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며, 모든 구성원은 공동체의 의식과 규칙을 절대적으로 따른다. 대니는 처음에는 외부인으로서 이 문화를 낯설게 받아들이지만, 점차 공동체의 일원으로 동화되면서 자신을 받아들이고 위로받는 듯한 경험을 한다.

이러한 개념은 에밀 뒤르켐(Émile Durkheim)의 ‘집단 의식(collective consciousness)’과 연결된다. 뒤르켐은 개인이 공동체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하며, 사회적 규범과 가치가 개인의 사고방식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영화 속 마을은 강한 집단 의식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은 공동체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집단의 일원이 되는 것은 안정을 주지만, 그것이 곧 개인의 독립성을 희생하는 것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영화는 공동체가 제공하는 안정과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든다.

 

2. 전통은 언제까지 존중받아야 하는가?

영화 속 마을은 오랜 전통을 유지하며, 이를 신성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 전통에는 외부 세계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잔혹한 의식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노인이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자발적으로 절벽에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는 의식이 있으며, 이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 문제는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도덕의 계보학’과 연결된다. 니체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도덕과 전통이 단순히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회와 문화 속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 속 마을의 전통도 외부 세계에서는 잔인하고 비윤리적으로 보이지만, 공동체 내에서는 신성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전통은 언제까지 존중받아야 하는가? 전통이 도덕적 논리를 초월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영화는 전통이라는 것이 단순히 시간이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3. 공동체는 어떻게 개인을 통제하는가?

대니는 처음에는 마을의 문화와 의식을 낯설어하지만, 점차 그들에게 동화되며 심리적 안정을 느낀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위로 속에서 점점 남자친구 크리스티안과의 관계보다 공동체에 더 의지하게 된다. 결국 그녀는 마을의 ‘여왕’으로 선출되며, 크리스티안을 희생자로 선택하는 극적인 변화를 겪는다.

이것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전체주의 이론’과 연결된다. 아렌트는 개인이 집단의 논리에 완전히 흡수되면, 자신의 판단력을 상실하고 집단의 사고방식을 무비판적으로 따르게 된다고 보았다. 영화 속 마을은 따뜻한 공동체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철저한 통제와 규율 속에서 개개인의 사고를 조종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동체는 어떻게 개인을 통제하는가? 우리는 어디까지 공동체의 규범을 따라야 하며, 어디에서 저항해야 하는가? 영화는 개인이 집단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과정을 섬뜩하게 그려낸다.

 

4. 결론: <미드소마>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

영화 <미드소마>는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라,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 전통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자유 의지와 집단적 통제를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영화는 개인은 공동체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전통은 언제까지 존중받아야 하는가, 공동체는 어떻게 개인을 통제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우리가 공동체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전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유도한다.

결국, <미드소마>는 집단이 주는 안정감과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속한 공동체에서 얼마나 독립적인 사고를 하고 있으며, 우리의 선택은 진정으로 자유로운가? 영화는 이 질문을 남기며, 관객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