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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빌론(Babylon, 2022)>은 1920~30년대 할리우드의 황금기와 몰락을 그리며, 영화 산업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욕망과 타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예술과 성공, 인간의 욕망과 파멸,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과연 영화란 무엇인가? 성공을 위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 욕망을 좇는 인간은 결국 어떻게 변하는가? <바빌론>이 던지는 철학적 메시지를 탐구해보자.

 

&lt;바빌론&gt; 영화의 역사 속 욕망과 타락의 철학

 

1. 성공과 타락: 욕망은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가?

<바빌론>은 할리우드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하던 격변기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들은 영화 산업에서 성공을 꿈꾸지만, 그 과정에서 탐욕, 쾌락, 도덕적 붕괴를 경험한다.

이는 "인간은 성공을 위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 주인공들은 명성과 부를 위해 도덕적 경계를 넘고,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 초기 할리우드는 규칙이 없는 무법천지였고, 성공을 위해 어떤 수단도 정당화되었다.
  •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들은 헐리우드 시스템의 희생양이 된다.

이러한 구조는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권력 의지(Wille zur Macht) 개념과 연결된다.

  • 니체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권력과 성공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보았다.
  • 그러나 그 욕망이 도를 넘으면,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바빌론>은 파우스트 신화(Faustian Bargain)과도 닮아 있다.

  • 파우스트는 지식을 얻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인물이다.
  • 영화 속 캐릭터들도 성공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판 것과 같은 선택을 하며, 결국 파멸한다.

결국, 영화는 "성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단순한 욕망 충족이 성공인가, 아니면 예술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 성공인가?

 

2. 예술과 산업: 영화는 예술인가, 비즈니스인가?

<바빌론>은 영화가 예술과 산업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초기 할리우드는 창작자의 자유가 보장된 예술의 시대였지만,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 점점 자본과 시스템의 통제를 받게 된다.
  • 즉, 영화는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산업적 상품이 되어간다.

이 문제는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 이론과 연결된다.

  • 벤야민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예술이 복제 가능해지면서, 그 고유한 '아우라(Aura)'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 영화는 기술적으로 발전했지만, 오히려 예술적 순수성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마르크스(Karl Marx)의 소외 이론과도 연관된다.

  • 마르크스는 산업화가 노동자를 소외된 존재로 만든다고 보았다.
  • <바빌론>에서도 예술가들은 점점 자본주의 시스템의 부속품이 되어, 창작의 자유를 잃고 소모품처럼 버려진다.

결국, 영화는 예술과 산업 사이에서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을 고민하게 만든다.

  • 영화는 예술로 남아야 하는가, 아니면 비즈니스로 변해야 하는가?
  • 창작자의 순수한 의도는 상업적 성공 앞에서 희생될 수밖에 없는가?

 

3. 영화의 역사: 영원히 남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매니는 자신이 몸담았던 영화 산업의 변화와 흐름을 지켜보며 감격한다. 이는 영화가 궁극적으로 개인의 삶을 초월하는 거대한 예술적 흐름임을 상징한다.

이는 플라톤(Plato)의 이데아(Idea) 개념과 연결된다.

  • 플라톤은 "현실 세계의 사물들은 불완전하지만, 이데아(완전한 본질)는 영원하다"고 말했다.
  • 영화 속에서 개인들은 사라지지만, 영화라는 예술 자체는 영원히 남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또한, 이는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실존주의 철학과도 연결된다.

  • 사르트르는 "인간은 결국 사라지지만, 우리가 남긴 흔적이 우리를 정의한다"고 했다.
  •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헐리우드에 흔적을 남겼고, 그것이 곧 그들의 존재 의미가 된다.

 

결론: 영화가 던지는 질문들

영화 <바빌론>은 단순히 헐리우드의 흥망성쇠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타락, 예술과 산업,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 성공을 위해 우리는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
  • 영화는 예술로 남아야 하는가, 아니면 산업이 되어야 하는가?
  • 시간이 지나도 남는 것은 무엇인가?

이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도록 만든다. <바빌론>은 화려하고 혼란스러운 이야기 속에서, 영화와 인생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