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베일리 어게인

 

베일리 어게인(A Dog’s Purpose, 2017)은 한 마리의 개가 여러 생을 살아가며 주인을 만나고, 사랑하고, 떠나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와 존재의 목적을 이야기하는 따뜻한 영화다. 이 영화는 단순히 반려동물의 사랑을 다룬 작품을 넘어,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관계, 환생이라는 설정이 주는 위로, 그리고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특히 개의 시점으로 서사를 풀어낸 방식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관계를 더욱 밀도 있게 전달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진심 어린 감정을 이입하게 만든다.

 

1. 환생이라는 판타지 설정이 주는 감정적 연결

베일리 어게인의 가장 독특한 설정은 개가 여러 번 환생하며 삶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베일리는 처음에는 골든 리트리버로 태어나 소년 이든과 함께 자란다. 이후 죽음을 맞이하지만, 다시 태어나 새로운 주인을 만나고, 다른 환경에서 또 다른 사랑을 경험한다. 이 과정을 거쳐 그는 결국 노년의 이든과 다시 만나게 되며, 자신이 ‘그 개’였음을 알린다. 이 설정은 단순히 ‘강아지가 귀엽다’는 감정 이상으로, 삶의 순환과 연결을 상징한다. 환생이라는 판타지 설정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고, ‘이별이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위안을 제공한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극복하지 못하고 큰 상실감을 겪지만, 영화는 베일리의 시선을 통해 그 사랑이 결코 사라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각 생에서 베일리는 다른 모습과 이름을 갖지만, 결국 ‘사랑받고 사랑하고자 하는’ 존재로 일관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베일리는 “나는 왜 다시 태어나는 걸까?”, “내 존재의 목적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이는 단순히 동물의 시선이 아니라, 인간이 삶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근본적인 질문과도 연결된다. 그리고 그 답은 모든 생에서 사람에게 행복을 주고, 외로움을 달래주며, 서로의 삶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환생이라는 비현실적 설정을 통해 매우 현실적인 감정의 위로를 전한다.

 

2.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 끝이 아닌 순환

영화는 개와 인간 사이의 관계를 매우 긴밀하고 감정적인 유대 관계로 그린다. 베일리는 각 생에서 다양한 주인을 만나며, 때로는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때로는 외면당하거나 학대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언제나 자신의 주인을 사랑하고, 보호하려는 본능을 잃지 않는다. 이 모습은 인간이 반려동물에게 받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상기시킨다. 특히 이든과의 첫 생은 영화의 감정적 중심축이다. 이든이 사춘기를 겪고, 첫사랑을 만나고, 가족과의 갈등을 겪는 모든 순간에 베일리는 옆에 있었다. 그리고 베일리가 다시 돌아왔을 때, 이든은 이미 노년이 되어 있다. 이 재회는 단순한 감정적 장치가 아니라, 잃어버렸던 삶의 한 조각을 되찾는 장면이다. 베일리는 이든이 놓쳐버렸던 사랑, 젊은 날의 꿈, 그리고 자신을 잃고 방황했던 세월의 끝자락에서 다시 나타난다. 또한 영화는 인간 중심의 시선을 넘어서, 동물도 ‘자기 삶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베일리는 단순히 인간을 즐겁게 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경험과 감정을 가진 ‘주체적 존재’로 그려진다. 그의 여러 생은 각기 다른 환경과 감정을 거쳐가며, 인간보다도 더 순수하고 헌신적인 삶의 자세를 보여준다. 이러한 순환 구조는 사랑이 단절되지 않음을 말해준다. 이별과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며, 인간과 동물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공존’임을 강조한다.

 

3.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묻다

베일리 어게인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에서 베일리는 혈연이나 법적 관계가 아닌, 감정과 신뢰로 맺어진 인물들과 진정한 유대를 형성한다. 그가 여러 생을 거쳐 돌아오는 이유는, 단순히 이든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다. 이는 가족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가족은 꼭 사람일 필요가 없다. 베일리는 이든의 삶에서 부모, 친구, 연인보다도 더 오랜 시간 곁을 지켰고, 그의 정체성과 삶의 궤적에 깊이 영향을 미쳤다. 또한, 베일리는 다른 생에서 학대받는 소녀나 외로운 노인, 바쁜 싱글 맘 등 다양한 인간 군상 곁에서 ‘마음의 가족’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외롭고 단절된 사람들로, 베일리와의 만남을 통해 삶의 중심을 되찾는다. 이러한 서사는 ‘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는 기존의 통념을 넘어서,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가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려동물과의 관계가 그 어떤 인간관계보다도 더 깊고 순수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영화는 관객들에게 우리가 가족이라 부르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결론: 삶은 목적을 찾는 여정, 그리고 사랑의 순환

베일리 어게인은 반려견이라는 익숙한 존재를 통해 삶의 목적과 사랑, 가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여러 생을 살아가며 베일리는 매번 다른 이들과 만나고 이별하지만,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사랑을 주고받으며 ‘존재의 이유’를 스스로 찾아간다. 환생이라는 판타지는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사랑을 상징하고, 개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삶을 더 깊이 있게 성찰하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본 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누군가의 삶에 어떤 의미였을까? 나의 존재는 어떤 사랑을 남겼을까?" 베일리 어게인은 그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주진 않지만, 삶이란 결국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음을, 그리고 그 연결은 끝이 아닌 순환임을 조용히 일깨워주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