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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vs 포드 V 페라리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2021)와 포드 V 페라리(2019)는 모두 자동차를 중심에 두지만, 접근하는 방식과 담고 있는 감정은 전혀 다르다. 하나는 가족과 액션을 위한 무한 질주를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도전과 우정을 그린다. 두 작품은 '달린다'는 행위가 단순한 스릴을 넘어 각자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수단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1. 속도를 위한 질주 vs 승리를 위한 질주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초창기에는 거리 레이싱을 중심으로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대규모 액션 블록버스터로 진화했다. 더 얼티메이트에 이르면 자동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고, 잠수함과 싸우며, 심지어 우주까지 가는 도구가 된다. 이 시리즈에서 달린다는 것은 '속도'와 '액션' 그 자체를 향한 충동이며, 스펙터클을 위한 질주다. 반면 포드 V 페라리는 실화를 기반으로, 1966년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포드가 페라리에 맞서 승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여기서 달린다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다.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 분)는 속도 그 자체를 사랑하지만,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레이스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기술, 감각, 그리고 기계를 하나로 융합하려 한다. 결국 두 영화 모두 자동차를 중심에 두지만, 질주의 목적이 다르다. 분노의 질주는 가족을 지키고, 팀을 위해서라면 어떤 불가능도 뚫겠다는 상징적 액션이고, 포드 V 페라리는 인간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고 기록을 깨려는 집요한 열망이다. 겉으로 보기엔 모두 빠르게 달리는 영화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하나는 외향적 쾌락, 다른 하나는 내면적 성취를 지향한다.

 

2. 가족과 팀워크의 서사 vs 개인의 열정과 비극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패밀리'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 분)와 그의 팀은 혈연을 초월해 가족처럼 서로를 지키며, 이 결속은 영화의 모든 사건을 관통하는 감정적 중심축이 된다. 누가 어떤 위기에 처하든, "우리는 가족이니까"라는 이유로 무모한 싸움을 벌인다. 이 가족 서사는 종종 과장되거나 비현실적일 정도지만, 시리즈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드 V 페라리는 이와 다르게 개인의 열정과 그로 인한 비극을 더 깊이 조명한다. 켄 마일스는 누구보다 레이싱을 사랑하지만, 그의 열정은 상업적 논리에 휘둘리는 현실 앞에 종종 좌절된다. 헨리 포드 2세나 기업 논리는 승리를 원하지만, 그 방식은 철저히 체계적이고 계산적이다. 켄의 자유로운 레이싱 스타일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결국 켄은 르망에서 승리했지만, 기업의 결정으로 '완벽한 승리'를 양보해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이처럼 분노의 질주가 가족이라는 집단 서사를 통해 승리와 행복을 구가한다면, 포드 V 페라리는 개인의 열정이 어떻게 체제에 의해 좌절되고, 그 속에서도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내는지를 그린다. 결국 두 영화 모두 팀워크를 다루지만, 하나는 긍정과 유희를, 다른 하나는 열정과 비극을 선택했다.

 

3. 현실을 초월한 판타지 vs 땅에 발붙인 인간극

분노의 질주는 점점 더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발전했다. 자동차가 건물 사이를 점프하고, 거대한 탱크를 끌어당기며, 심지어 위성까지 해킹한다. 이 시리즈는 현실성을 포기한 대신, "가능성보다는 재미"를 추구한다. 관객들은 이 비현실적인 액션을 받아들이며, 오히려 영화적 판타지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포드 V 페라리는 그와 정반대다. 철저하게 1960년대 미국의 자동차 산업, 르망 레이스의 디테일을 고증하며, 현실에 발을 딛는다. 실제 경주차의 엔진 소리, 질주하는 타이어 마찰음, 드라이버의 땀과 고통이 리얼하게 재현된다. 이 영화는 스릴을 주지만, 그것은 생존과 죽음을 건 리얼한 긴장감에서 온다. 따라서 두 작품은 '자동차'라는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했지만, 분노의 질주는 끝없이 상상력을 확장하고, 포드 V 페라리는 현실을 집요하게 복원한다. 판타지와 리얼리티, 둘 다 나름의 매력을 지니지만, 관객이 기대하는 감정적 울림은 완전히 다르다.

 

결론: 달린다는 것, 그리고 그 이후

분노의 질주와 포드 V 페라리는 모두 "차를 타고 달린다"는 행위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그 달리는 이유와 과정은 전혀 다르다. 하나는 가족과 우정을 위해 세상의 법칙을 무시하고 달리며, 다른 하나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피땀을 흘리며 달린다. 결국 이 두 영화는 '왜 우리는 달리는가'라는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제시한다. 우리가 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또 누군가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는 단순히 살아 있기 위해 달린다. 분노의 질주와 포드 V 페라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 본능적 열망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