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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vs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브로크백 마운틴(2005)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은 각각 다른 시대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작품이지만, 모두 사회적 금기와 개인적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랑을 그려낸다. 두 영화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의 진실성과 상실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1. 억압된 시대의 사랑,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무게

브로크백 마운틴은 1960~70년대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카우보이 문화가 강한 지역에서 두 남성, 에니스와 잭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시대와 지역은 동성애에 대해 극도로 배타적이었으며, 사회적 폭력과 편견이 일상적이었다. 에니스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휩싸여 살아가고, 잭은 그런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애쓴다. 두 사람은 산에서의 짧은 시간 동안 진정한 사랑을 경험했지만, 현실로 돌아온 후에는 각자 결혼하고 가정을 꾸미는 삶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들의 삶에는 언제나 숨겨진 공허함이 남아 있다. 에니스는 자신의 진심을 끝내 표현하지 못하고, 잭은 결국 사회적 억압과 외로움 속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사랑을 억누를 수밖에 없는 시대적 한계와 개인적 두려움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말하지 못하는 사랑’이 얼마나 깊은 고통을 동반하는지를 잔인할 정도로 섬세하게 그린다. 브로크백 산은 둘 사이의 추억이자,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남는다.

 

2. 자유로운 시대의 사랑,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이별

반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198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비교적 열린 분위기 속에서 전개된다. 엘리오와 올리버는 자유롭고 풍요로운 여름을 보내며 사랑에 빠진다. 이들은 도시나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일정 부분 보호된 공간 안에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엘리오의 부모, 특히 아버지는 놀라울 정도로 포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영화 후반부 아버지가 엘리오에게 건네는 대사는, 젊은 시절 사랑과 아픔을 모두 경험해야만 진정으로 성숙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브로크백 마운틴과 달리, 사회적 억압보다 개인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서사다. 하지만 사랑의 결말은 여전히 아프다. 올리버는 현실적인 이유—결혼과 사회적 기대—때문에 엘리오를 떠나고, 엘리오는 이별을 통해 깊은 상실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 상실은 억압과 금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삶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과정 속에서 오는 불가피한 고통이다. 엘리오는 아픔을 견디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법을 배운다. 이런 점에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사랑을 비극으로 끝맺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을 통해 성숙해지는 과정을 따뜻하고도 아프게 그려내며, '사랑의 가치는 그 지속성에 있지 않고, 그것이 존재했던 순간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3. 두 사랑 이야기의 가장 큰 차이: 억압과 성장, 상실의 의미

브로크백 마운틴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모두 사랑이 가져다주는 기쁨과 고통을 그린다. 그러나 두 영화가 사랑과 상실을 다루는 방식은 극명하게 다르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시대적 억압과 두려움으로 인해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비극으로 끝나며, 사랑의 부재가 남긴 상처를 평생 끌어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절망을 보여준다. 에니스는 사랑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갖지 못했고, 그로 인해 자신의 인생 전체를 잃어버렸다. 그가 죽은 잭의 셔츠를 발견하고, 그것을 끌어안으며 오열하는 장면은 '표현하지 못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 상실감을 남기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사랑은 그래서 더욱 고독하고, 잔혹하다. 반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사랑의 끝이 반드시 파괴적인 것은 아님을 말한다. 엘리오는 올리버와의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고, 그 기억을 통해 자신을 더욱 이해하게 된다. 이별은 아프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이며, 상실 또한 성장의 한 과정이다. 영화 마지막, 엘리오가 벽난로 앞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절망이 아니라, 사랑을 경험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감정의 층위를 보여준다. 결국, 두 영화는 사랑을 잃는 아픔을 다루면서도, 한 편은 그것을 비극으로, 다른 한 편은 성숙으로 승화시킨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말할 수 없는 사랑'의 비극을 그렸다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짧았지만 진짜였던 사랑'이 남긴 아름다움을 조용히 이야기한다.

 

결론: 시대가 바뀌어도 사랑은 여전히 아프다

〈브로크백 마운틴〉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시대적 배경과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강렬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지를 진심으로 보여준다. 억압 속에서도, 혹은 비교적 자유로운 공간 안에서도, 사랑은 언제나 상처를 남기고, 동시에 인간을 성장시킨다. 이 두 작품을 본 후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만약 그 순간에 진심을 다했다면, 후회는 없을까?" 사랑을 통해 성장하거나, 사랑을 숨긴 채 후회하는 삶. 선택은 언제나 우리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