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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 2017)>는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기억이 인간 정체성을 결정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인간을 정의하는가, 그리고 감정과 경험이 얼마나 현실적인가를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영화는 리플리컨트(인공 인간)인 K(라이언 고슬링)가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다. 그는 자신이 인간과 리플리컨트 사이에서 어떤 존재인지 의심하며, 기억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의 기억이 진짜인지, 조작된 것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
1. 기억은 인간 정체성을 결정하는가?
K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발견하고, 자신의 기억이 실제 경험인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기억이 인위적으로 주입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기억이 허구일지라도, 그것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의미가 있는가? 이 문제는 존 록(John Locke)의 ‘연속적 자아’ 개념과 연결된다. 록은 인간의 정체성이 신체가 아니라, 과거 경험과 기억의 연속성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영화 속 K는 자신이 가짜 기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자신의 감정과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기억이 조작된 것이라면, 그 기억을 가진 존재는 여전히 ‘진짜’인가?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자신을 정의해야 하는가? 영화는 기억이 인간성을 결정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2.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인간을 정의하는가?
K는 리플리컨트이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반면, 인간들은 감정 없이 리플리컨트를 도구처럼 취급한다. 영화는 인간과 비인간을 구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모호하게 만든다. 이것은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존재론적 차이’와 연결된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인식하는 능력을 가질 때 진정한 인간이 된다고 보았다. 영화 속 리플리컨트들은 감정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지만, 여전히 사회에서는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인간을 결정하는 기준은 생물학적 요소인가, 아니면 자각과 감정인가? 영화는 우리가 인간성과 비인간성을 구별하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3. 감정과 경험은 얼마나 현실적인가?
K는 AI 동반자인 조이(아나 디 아르마스)와 감정을 나눈다. 조이는 물리적인 몸이 없는 홀로그램이지만, K와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이 프로그래밍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감정을 만들어낸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문제는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시뮬라크르(Simulacra)’ 개념과 연결된다.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에서 원본과 복제의 경계가 사라지고, 복제된 것이 오히려 더 진짜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설명했다. 영화 속 조이와 K의 관계는 실제인지, 아니면 단순한 시뮬레이션인지 불분명하지만, K에게는 그 감정이 진짜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감정은 반드시 실제 경험에서만 오는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것은 의미가 없는가? 영화는 현실과 가상의 감정이 어디까지 동일하게 작용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4. 결론: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라, 기억이 인간 정체성을 결정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인간을 정의하는가, 그리고 감정과 경험이 얼마나 현실적인가를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영화는 기억은 인간 정체성을 결정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인간을 정의하는가, 감정과 경험은 얼마나 현실적인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우리가 인간성과 정체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든다. 결국,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제시한다.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자신을 정의하며,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가? 영화는 이 질문을 남기며, 관객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