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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한 걸작 애니메이션으로, 신비로운 세계에서 한 소녀가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일본 전통문화와 현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며, 동시에 인간의 탐욕과 순수함이 공존하는 세계를 탐구한다. 주인공 치히로는 부모를 돼지로 변하게 한 신들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장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독립심과 용기를 배우게 된다. 특히, 영화 속에서 ‘가오나시’라는 캐릭터가 가진 상징성, ‘유바바의 목욕탕’이 일본 문화에서 의미하는 바, 그리고 치히로의 성장 과정은 이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이다.
1. 센과 치히로의 성장 서사,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 초반의 치히로는 평범한 10살 소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며 부모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부모가 길을 잃고 신들의 세계에 들어와 돼지로 변했을 때, 치히로는 처음에는 겁에 질려 어찌할 바를 모른다. 하지만 곧 하쿠의 도움을 받아 유바바의 목욕탕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점차 독립심을 키워간다. 치히로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는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잃고 ‘센’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유바바가 치히로의 이름을 빼앗는 것은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새로운 세계의 규칙에 적응해야 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이는 일본 전통에서 ‘이름’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와 연결되며, 특히 신화 속에서 이름을 빼앗기는 것이 곧 자신의 본질을 잃는 것과 같다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영화 속에서 치히로는 점점 더 자립적인 인물로 성장하며, 처음에는 두려워하던 일들을 하나씩 해내기 시작한다. 특히, ‘오물신’을 목욕탕에서 씻겨주는 장면에서는 그녀의 용기와 배려심이 드러나고, 가오나시에게 단호하게 대하는 장면에서는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치히로는 부모를 구하기 위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유바바와 맞서며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게 된다.
2. 가오나시와 인간의 탐욕, 소비주의에 대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경고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 중 하나는 ‘가오나시’다. 가오나시는 처음에는 치히로에게 호감을 보이며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점점 탐욕과 욕망을 표출하는 존재로 변해간다. 그는 목욕탕 안에서 금을 뿌리며 다른 요괴들을 유혹하고, 그 대가로 무분별하게 음식을 먹으며 점점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가오나시의 행동은 단순한 악행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소비주의에 빠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캐릭터를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그것이 어떻게 스스로를 파괴하는지 경고하고 있다. 가오나시는 금을 주면서도 진정한 관계를 원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그의 금에만 관심을 가지며 그를 두려워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물질적 풍요가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치히로는 가오나시를 두려워하지 않고, 단순히 물질에 휘둘리지도 않는다. 그녀는 가오나시가 제공하는 금을 거부하며, 그가 본래의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가오나시는 치히로를 따라 목욕탕을 떠나고, 후에 젠이바의 집에서 조용히 머무르며 평온을 되찾는다. 이는 탐욕에서 벗어나 진정한 관계를 찾으려는 여정을 상징하며, 영화의 중요한 교훈 중 하나를 전달한다.
3. 신들의 세계와 일본 전통문화, 왜 목욕탕이 배경이 되었을까?
유바바가 운영하는 목욕탕은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 중 하나이며,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일본 전통문화에서 ‘정화(浄化)’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에서는 신토(神道)에서 몸을 씻는 것이 영적으로 깨끗해지는 중요한 의식이며, 온천과 목욕탕은 단순한 위생을 넘어 정신적인 정화를 의미하는 곳이다. 영화 속에서도 목욕탕은 신들이 피로를 풀고 자신을 정화하는 장소로 등장하며, 이곳에서 치히로가 성장하는 과정도 ‘정화’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처음에 인간 세계에서 온 치히로는 더럽고 연약한 존재로 보이지만, 목욕탕에서 일을 하면서 점차 신들의 세계에 적응하고, 더 강하고 깨끗한 존재로 변화한다. 특히, ‘오물신’이 목욕탕을 방문하는 장면은 일본 환경 문제와 연결된다. 오물신은 사실 강의 신이었지만, 인간들이 강을 오염시키면서 더럽고 악취나는 존재로 변해버렸다. 치히로가 그를 깨끗하게 씻겨주면서 신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며, 이는 자연을 정화하는 것과 인간의 환경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유바바와 젠이바라는 쌍둥이 마녀의 존재는 일본 신화에서 ‘이중성’을 상징하는 개념과 연결된다. 유바바는 탐욕적이고 권력을 쥐고 있는 존재이지만, 젠이바는 상대적으로 평온하고 따뜻한 성격을 지닌다. 이는 인간의 양면성을 표현하는 동시에, 세계가 선과 악의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음을 시사한다.
결론: 신들의 세계에서 성장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단순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성장, 탐욕, 그리고 전통문화라는 다양한 요소를 담아낸 깊이 있는 작품이다. 치히로는 신들의 세계에서 점차 성장하며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 가오나시는 인간의 욕망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캐릭터로서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목욕탕이라는 배경은 일본 전통문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으며, 영화 전체를 통해 ‘정화’와 ‘변화’라는 주제를 강조한다. 이 영화를 본 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진정한 성장이란 무엇인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어른이 된다는 것, 탐욕을 극복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 것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작품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