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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는 기존의 슈퍼히어로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다른 시각적 스타일과 스토리텔링 방식을 선보이며, 애니메이션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마블 코믹스의 ‘스파이더버스’ 개념을 바탕으로, 여러 차원의 스파이더맨들이 한자리에 모이며,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가 새로운 스파이더맨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는 독특한 애니메이션 기법, 마블 히어로 서사의 확장, 그리고 ‘누구나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히어로 장르의 가능성을 넓혔다.
1.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코믹북 스타일’ 애니메이션 기법 분석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애니메이션 기술과 만화책의 미학을 결합하여 독창적인 비주얼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일반적인 3D 애니메이션이 부드러운 프레임 전환을 강조하는 반면, 이 영화는 프레임 속도를 일부러 조정하여 만화책을 넘기는 듯한 효과를 연출했다. 마일스 모랄레스가 처음 스파이더맨이 되었을 때, 그의 움직임은 초당 12프레임으로 제한되지만, 점점 능숙해지면서 24프레임으로 변화하는데, 이는 그의 성장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다. 또한, 만화책 특유의 스크린톤(halftone) 효과, 잉크 라인, 색상 분리(Chromatic Aberration) 기법이 사용되어 영화 화면이 마치 인쇄된 코믹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캐릭터의 움직임에 따라 ‘스피드 라인’이 추가되거나, 감정이 고조될 때는 화면 위에 말풍선이나 의성어가 등장하는 등, 만화의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과 융합된다. 이러한 실험적인 시각적 스타일은 기존의 애니메이션 영화와 차별화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스타일이 더욱 돋보이는 장면은 마일스가 스파이더맨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Leap of Faith’ 시퀀스다. 이 장면에서 배경은 완전히 뒤집혀 마일스가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그의 성장과 도약을 상징하는 강렬한 연출로 기능한다.
2. 마일스 모랄레스,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가지는 의미
마일스 모랄레스는 기존의 피터 파커와는 다른 배경을 가진 새로운 스파이더맨이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캐릭터로, 뉴욕 브루클린에서 자라며, 기존의 백인 청년 피터 파커와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단순한 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다양성을 반영하고 새로운 세대의 히어로를 탄생시키는 작품임을 보여준다. 마일스는 영화 초반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는다. 그는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스파이더맨의 힘을 얻게 되며, 이 새로운 능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한다. 피터 파커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철학을 강조했다면, 마일스의 여정은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찾는 과정’에 집중된다. 그는 기존의 스파이더맨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로 히어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성장 서사는 오늘날의 젊은 세대가 겪는 정체성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마일스는 부모의 기대, 자신의 불안감, 그리고 사회적 시선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맞서기로 결심한다. 이는 단순한 히어로 서사를 넘어, 젊은 세대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상에 나아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3. ‘모든 사람은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 히어로 서사의 확장
영화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누구나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히어로 영화들은 주로 특별한 능력을 지닌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는 여러 차원의 스파이더맨들이 등장하며, 각자 다른 배경과 개성을 지닌 다양한 스파이더맨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스파이더맨들—피터 B. 파커, 그웬 스테이시(스파이더 우먼), 스파이더맨 느와르, 페니 파커, 스파이더햄—은 마블 유니버스 내에서 스파이더맨이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상징’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일스가 결국 스파이더맨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네가 바로 스파이더맨이다"라는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는 다른 스파이더맨들이 자신을 인정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메시지는 단순한 영화 속 이야기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존의 히어로 영화들이 특정 인종, 특정 계층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이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히어로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변화이며, 슈퍼히어로 장르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론: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허문 슈퍼히어로 영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아니라, 새로운 시각적 스타일과 히어로 서사의 확장을 보여준 혁신적인 작품이다. 코믹북 스타일의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하여 시각적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마일스 모랄레스라는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통해 다양성과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했다. 또한, ‘누구나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히어로 장르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이 영화를 본 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도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을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개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세상에 맞설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