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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맥카시(Tom McCarthy) 감독의 <스포트라이트(Spotlight, 2015)>는 단순한 탐사 저널리즘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의 도덕적 책임, 권력이 어떻게 진실을 은폐하는가, 그리고 개인과 사회가 부조리에 맞서는 방법을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영화는 2001년 미국 <보스턴 글로브> 신문의 ‘스포트라이트’ 팀이 가톨릭 교회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폭로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기자들은 오랜 기간 은폐되어 온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조사하지만, 강력한 종교적·사회적 권력과 마주하면서 수많은 장벽에 부딪힌다. 영화는 언론이 진실을 밝혀야 하는 이유뿐만 아니라, 진실을 마주하는 사회의 책임과 반응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1. 진실을 밝히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영화 속 기자들은 사회의 어두운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히 몇몇 성직자의 범죄가 아니라, 교회와 지역 사회 전체가 묵인한 구조적 문제임이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지만’ 침묵했고, 언론조차도 과거에는 이 문제를 깊이 다루지 않았다.
이 문제는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개념과 연결된다. 아렌트는 악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시스템에 순응하는 사람들에 의해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자들이 진실을 파헤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를 알고도 외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실을 밝히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언론만이 진실을 밝혀야 하는가, 아니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부조리에 맞서야 하는가? 영화는 진실을 직면하는 것이 단순한 정보 공개가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의 윤리적 선택임을 강조한다.
2. 권력은 어떻게 진실을 은폐하는가?
가톨릭 교회는 오랫동안 아동 성추행 사건을 은폐해왔다. 교회뿐만 아니라 법조계, 경찰, 지역 사회 지도자들 역시 이 문제를 쉬쉬하며 덮어두었다. 영화는 권력이 어떻게 정보를 통제하고,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문제는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지식과 권력’ 개념과 연결된다. 푸코는 권력이 단순히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지식과 담론을 통제함으로써 사회를 조종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교회는 종교적 신념과 도덕적 권위를 이용해 문제를 축소하고,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권력이 진실을 조작하는 것을 어떻게 감지할 수 있는가? 정보가 통제되는 사회에서 개인은 어떻게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 영화는 우리가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권력의 정보를 의심해야 함을 시사한다.
3. 개인은 부조리에 어떻게 맞설 수 있는가?
영화 속 기자들은 사건을 조사하면서 내부적인 갈등을 겪는다. 특히, 편집장 롭비(마이클 키튼)는 과거에 이 사건을 깊이 파헤칠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다는 사실을 깨닫고 죄책감을 느낀다. 그는 이제라도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이미 너무 오랫동안 묵인된 문제를 파헤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문제는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반항하는 인간’ 개념과 연결된다. 카뮈는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인간은 반항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다고 주장했다. 영화 속 기자들도 거대한 권력에 맞서며 끊임없이 저항하지만, 이는 단순한 직업적 의무가 아니라, 윤리적 책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개인은 부조리에 어떻게 맞설 수 있는가? 이미 굳어진 사회적 구조 속에서 변화는 가능할까? 영화는 작은 저항이 모여 결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결론: <스포트라이트>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단순한 탐사 보도 영화가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의 도덕적 책임, 권력이 어떻게 진실을 은폐하는가, 그리고 개인과 사회가 부조리에 맞서는 방법을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영화는 진실을 밝히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권력은 어떻게 진실을 은폐하는가, 개인은 부조리에 어떻게 맞설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우리가 진실과 부조리에 대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든다.
결국, <스포트라이트>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단순한 정보 공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윤리적 책임임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날 어떤 부조리를 외면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영화는 이 질문을 남기며, 관객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