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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다중우주(multi-universe)를 배경으로 한 독창적인 스토리텔링과 감각적인 연출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단순한 액션이나 SF 영화가 아닌, 인간 존재와 선택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영화가 담고 있는 삶과 선택의 철학을 중심으로 분석해 본다.
1. 다중우주 설정과 가능성의 철학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핵심 설정은 ‘다중우주’이다. 주인공 에벌린(양자경)은 다양한 평행우주를 넘나들며, 자신이 다른 삶을 선택했더라면 어떤 모습이 되었을지를 직접 경험한다.
이 개념은 물리학뿐만 아니라 철학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결정론과 자유의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삶이 무수히 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며,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수많은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과도 연결된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본질 없이 태어나며,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본질을 만들어간다”라고 말했다. 영화 속 에벌린은 자신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자신이 선택한 길을 받아들이고 의미를 찾으며 성장한다.
또한,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도 엿볼 수 있다. 영화에서 에벌린은 무수히 많은 삶을 경험하며, 그 모든 삶이 결국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니체는 “네 삶을 똑같이 반복해야 한다면,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재의 삶을 긍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영화는 다중우주라는 설정을 통해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이 순간이 무수한 가능성 중 하나이며,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음을 강조한다.
2. 가족과 관계 속에서의 선택의 의미
영화는 거대한 철학적 개념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에벌린은 남편 웨이먼드(케 호이 콴)와의 관계, 딸 조이(스테파니 수)와의 갈등 속에서 자신의 선택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깨닫는다.
특히 딸 조이는 영화의 또 다른 중요한 캐릭터다. 그녀는 ‘모든 것을 경험한 끝에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허무주의에 빠져 있다. 이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허무주의(Nihilism)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영화는 허무주의로 끝나지 않는다. 웨이먼드가 보여주는 “친절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는 단순한 이상주의적 태도가 아니라, 삶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실천적 철학이다. 웨이먼드는 직접적인 싸움이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공자(Confucius)의 인(仁) 사상과도 연결된다.
에벌린은 결국, 딸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다. 딸을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역시 선택의 문제이며, 영화는 우리가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3. 의미 없는 세계에서 의미를 찾다
영화에서 조이가 만든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베이글(Bagel)’은 단순한 유머 코드가 아니라, 허무주의의 상징이다. 조이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라고 말하며, 결국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으니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는 실존주의 철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위기이다.
그러나 에벌린은 이에 대한 대답을 다르게 제시한다. 그녀는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다면, 우리가 무엇이든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이는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스 신화’를 떠올리게 한다. 카뮈는 인생이 본질적으로 부조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영화는 우리가 아무 의미 없는 세상에서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우리의 태도와 행동이 곧 의미를 형성하는 것이다. 에벌린은 조이를 붙잡고, 그녀와 함께 의미를 찾아가기로 선택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불교의 공(空) 사상과도 연결된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은 공(空)하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그렇기에 우리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강조한다. 에벌린이 결국 선택하는 사랑과 연민의 태도는, 허무주의를 넘어선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론: 우리에게 남는 질문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다중우주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 존재일까?
- 우리의 선택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질까?
-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영화는 그 답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도록 만든다.
결국,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선택과 가능성의 철학을 통해, 우리의 삶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며, 그 선택이 모여 우리의 인생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사랑과 이해로 이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