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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감독의 <컨택트(Arrival, 2016)>는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언어가 사고를 결정하는가?, 시간은 선형적인가 순환적인가?, 외계 문명과 인간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와 같은 깊은 철학적 질문을 탐구하는 영화다.

영화는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에이미 아담스)가 외계에서 온 존재 ‘헵타포드’와 의사소통을 시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헵타포드의 언어는 인간이 인식하는 시간 개념을 완전히 뒤흔드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루이스가 점점 이 언어를 습득해가면서,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미리 보게 되고,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일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 영화는 "언어가 사고를 결정하는가?", "미래를 안다면 우리는 같은 선택을 반복할 것인가?", "우리는 외계 문명과 소통할 수 있는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번 글에서는 <컨택트>가 제시하는 사피어-워프 가설(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이론), 시간 개념의 철학적 해석, 그리고 외계 문명과의 소통 가능성을 분석해본다.

 

영화 &lt;컨택트&gt; 언어와 사고

 

1. 언어와 사고 –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생각을 결정하는가?

영화에서 루이스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우면서 점점 시간을 비선형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 헵타포드의 언어는 순환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 이 언어를 이해하면 시간을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동시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 설정은 사피어-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과 연결된다.

  • 벤자민 리 워프(Benjamin Lee Whorf)"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사고 방식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 즉,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 세상을 보는 방식도 달라진다.
  •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우면서 루이스의 사고방식이 변화한 것은 언어가 인식의 틀을 결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얼마나 제한하는가?
  •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는가?

영화는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형성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2. 시간과 운명 – 미래를 안다면, 우리는 같은 선택을 반복할 것인가?

루이스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익히면서 자신의 미래를 보게 된다.

  • 그녀는 앞으로 사랑하게 될 남자(이안)와의 관계, 그리고 딸을 낳고 결국 딸이 병으로 죽을 운명을 알게 된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삶을 선택한다.

이것은 시간의 본질과 자유의지에 대한 철학적 논쟁과 연결된다.

  •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시간은 절대적으로 흐르는 것이며, 인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존재다."라고 주장했다.
  • 반면,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시간은 상대적이며, 과거와 미래는 이미 존재하는 개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화는 시간이 선형적이지 않으며, 모든 순간이 이미 존재할 수도 있다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 미래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가?
  •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것인가?

루이스는 자신의 미래를 알면서도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딸을 낳기로 결정한다.

이는 고통과 슬픔이 있더라도 그것이 삶의 본질임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준다.

 

3. 외계 문명과의 소통 – 우리는 외계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가?

영화는 외계 문명과의 소통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문제를 다룬다.

  • 헵타포드는 인간과 전혀 다른 언어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 인간이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사고 체계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된다.

이것은 "우리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언어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 즉,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언어로 한정될 수 있다.

그렇다면,

  • 완전히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 우리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더 넓은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는가?

영화는 외계 문명과의 소통이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 방식을 바꾸는 과정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4. 결론: <컨택트>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

영화 <컨택트>는 단순한 외계 접촉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언어와 사고, 시간과 운명, 그리고 외계 문명과의 소통 가능성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논의를 담고 있다.

  •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얼마나 제한하는가?
  • 미래를 안다면, 우리는 같은 선택을 반복할 것인가?
  • 시간은 선형적인가, 아니면 모든 순간이 이미 존재하는가?
  • 우리는 외계 문명을 이해할 수 있는가, 아니면 우리의 사고 방식에 갇혀 있는가?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가 언어와 사고 방식에 의해 형성된 것이며, 새로운 사고 방식이 새로운 현실을 만들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