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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원더(Wonder, 2017)는 알려지지 않은 병으로 인해 남들과 다른 얼굴을 가진 소년 ‘어기 풀먼’이 세상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비범한 외모로 태어난 아이가 평범한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겪는 시련과, 그 속에서 성장하는 어기와 주변 인물들의 감정은 단순한 휴먼 드라마를 넘어 ‘다름’과 ‘포용’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차별, 가족, 용기의 의미를 담담하면서도 진심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다.

 

1. 얼굴이 다른 아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법

어기 풀먼은 선천성 안면기형을 앓고 있다. 27번의 수술을 거쳤지만, 여전히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이런 외적인 특징을 단순한 ‘장애’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어기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가 얼마나 평범한 아이인지’를 보여준다. 그는 스타워즈를 좋아하고, 우주비행사를 꿈꾸며, 장난을 치고,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 아주 평범한 소년이다. 영화는 어기의 첫 등교 장면에서부터 관객에게 불편함과 긴장감을 던진다. 아이들이 그의 얼굴을 보고 속삭이고 피하는 장면은 사회가 ‘다름’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어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씩 세상과 마주하려는 용기를 내는 모습은 관객에게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어기의 일상은 평범하지 않지만, 그는 그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려 애쓴다. 특히 교실에서 겪는 따돌림과 소외, 친구 잭 윌과의 갈등과 화해는 초등학생의 시선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무의식적인 차별을 보여준다. 어기의 외모는 결코 그의 본질을 말해주지 않으며, 오히려 그의 유머감각, 성실함, 친절함이 점차 주변의 인식을 바꾸게 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사람을 판단하기 전에 먼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2. 가족, 학교, 사회가 만들어내는 ‘시선’의 폭력

어기의 이야기는 단지 개인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는 가족과 함께 살며, 학교에 다니고,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이 모든 환경은 어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만들어낸다. 어기의 부모는 아들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를 세상으로 보내는 것이 두렵다. 누나 비아는 가족 내에서 어기의 존재감이 너무 커진 탓에 자신이 투명한 존재가 된 것 같은 상실감을 느낀다. 영화는 이들의 시선을 따로따로 보여줌으로써, ‘다름’이 어떤 방식으로 주변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섬세하게 짚어낸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은 차이를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곳이다. 아이들은 어기의 얼굴을 보고 자연스럽게 호기심이나 불쾌감을 느끼고, 그것을 괴롭힘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소외의 메커니즘’을 차분히 보여준다. 학교는 모두가 평등해야 할 공간이지만, 실상은 소수자를 배척하는 구조가 쉽게 형성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영화가 이 시선을 단죄하거나 고발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더는 모든 사람에게 변화를 겪을 기회를 제공한다. 괴롭히는 아이도, 방관하는 친구도, 자기만 생각하던 누나도, 모두가 결국 어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성장한다. 이 변화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며, 관객에게 깊은 공감과 희망을 전한다.

 

3. 진심과 용기가 만드는 변화

영화의 마지막은 어기가 졸업식에서 상을 받는 장면이다. 그는 최고의 성적을 낸 것도, 뛰어난 재능을 보인 것도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학생’으로서 상을 받는다. 이는 원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다. 어기는 단지 존재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의 삶을 바꾸었고, 그가 보여준 진심과 용기는 세상의 인식을 조금씩 움직였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변화가 거창하지 않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 옆자리에 앉는 것, 마음을 열고 사과하는 것—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큰 변화를 만든다. 그리고 그 시작은 늘 ‘진심’에서 비롯된다. 어기가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을 믿으려 하고, 실망하거나 상처받으면서도 다시 관계를 이어가려는 모습은 진정한 용기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감정적으로도 영화는 억지 감동이나 눈물샘 자극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백한 톤을 유지하며, 관객이 캐릭터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어기의 감정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갈등과 변화도 함께 겪게 되며,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의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다.

 

결론: 다름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원더는 얼굴이 다른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외모로 판단되는 세상의 시선과 그로 인한 차별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힘은 ‘다름’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 각자에게 던진다는 점에 있다. 어기의 용기와 진심,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변화는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이 영화를 본 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누군가의 ‘다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원더는 단지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조용히 일깨워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