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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는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과학과 철학, 인간의 감정이 결합된 심오한 서사를 담고 있다. 영화는 중력과 상대성이론, 5차원 공간 같은 물리학적 개념을 다루지만, 그 중심에는 사랑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인터스텔라>가 전달하는 시간, 사랑, 인간의 의지라는 세 가지 핵심 주제를 철학적 관점에서 분석해본다.

 

인터스텔라 영화 리뷰

 

1. 시간의 상대성 –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는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상대성이론이다.

  • 쿠퍼(매튜 맥커너히)와 그의 팀이 밀러 행성에 착륙했을 때, 그곳에서 1시간이 지구에서는 7년이 흐른다.
  • 그 결과, 딸 머피(제시카 차스테인)는 아버지가 떠난 사이 성인이 되어버린다.

이 장면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른다.
  • 이는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과 조건에 따라 다르게 흘러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간의 상대성 개념은 철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은 현재, 과거, 미래라는 세 가지로 나뉘지만, 사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다"라고 주장했다.
  • 하지만 <인터스텔라>에서는 시간이 선형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얽혀 있으며, 심지어는 하나의 차원으로 존재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 이는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암시하며, 인간의 인식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단순히 물리학적 이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고, 그것이 인간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2. 사랑은 과학을 초월하는가? – 인간 감정의 본질

영화에서 브랜든 박사(앤 해서웨이)는 중요한 대사를 한다.

"사랑은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차원을 초월하는 유일한 것일지도 몰라요."

이 장면에서 브랜든 박사는 사랑이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넘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고 주장한다.

  • 쿠퍼는 5차원 공간(테서랙트)에서 딸 머피에게 중력의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 이는 단순한 물리학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이 쿠퍼를 딸에게 연결해 준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개념은 플라톤과 칸트의 철학과 연결된다.

  • 플라톤은 *이데아론*에서 우리가 감각으로 인식하는 세계 너머에 더 높은 차원의 본질적 세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 영화 속 5차원 공간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이 연결된 더 높은 차원의 세계처럼 묘사된다.
  • 칸트는 "시간과 공간은 인간의 인식 틀에 불과하며,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물자체(Ding an sich)’가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인터스텔라>에서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존재 방식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결국, 영화는 "사랑이 단순한 생물학적 감정이 아니라, 우주적 차원에서 존재하는 힘일 수도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3. 인간의 의지와 생존 – 우리는 왜 미래를 개척하는가?

영화는 인간의 생존 본능과 개척 정신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다.

  • 쿠퍼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가족을 떠나 우주로 나아간다.
  • 그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도전하며, ‘우리는 왜 우주를 탐험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실존주의 철학과 관련이 깊다.

  •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인간은 본질 없이 태어나며, 자신의 선택을 통해 본질을 만들어간다"고 주장했다.
  • 쿠퍼의 여정은 운명이 아니라, 그가 선택한 길이다.
  • 그는 자신의 희생과 선택이 결국 인류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실존적 책임을 짊어진다.

결국, 영화는 "우리는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더 큰 의미를 위해 미래를 개척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결론: 우리가 <인터스텔라>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인터스텔라>는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과학과 철학, 인간의 감정을 결합하여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 시간은 절대적인가, 아니면 우리의 인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가?
  • 사랑은 단순한 감정인가, 아니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더 높은 차원의 힘인가?
  • 우리는 생존을 위해 사는가, 아니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쿠퍼와 머피의 이야기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인간의 가능성과 감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쿠퍼는 다시 모험을 떠난다. 그것은 단순한 탐험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한계를 넘어 나아가야 함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