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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 vs 쿠보와 전설의 악기

 

드래곤 길들이기(2010)와 쿠보와 전설의 악기(2016)는 모두 가족을 잃은 소년이 모험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서사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두 작품은 전혀 다른 배경과 스타일을 지녔지만, 상실과 극복,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 주제를 섬세하고 깊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강한 공통점을 가진다. 이번 글에서는 두 작품이 ‘가족’과 ‘성장’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서로 다르게 다루었는지 비교해본다.

 

1. 가족을 잃은 아이들의 여정: 상실과 모험의 시작

드래곤 길들이기의 주인공 히컵은 바이킹 전사들의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약하고 다소 엉뚱한 성격으로 인해 공동체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특히 아버지 스토이크와의 관계는 갈등의 핵심이다. 스토이크는 아들이 자신처럼 강하고 용맹한 전사가 되길 바라지만, 히컵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좌절감을 느낀다. 그런 히컵 앞에 나타난 존재가 바로 드래곤 '투슬리스'다. 히컵은 투슬리스를 처음에는 적으로 바라보지만, 곧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이 과정에서 히컵은 공동체가 믿어온 가치와 싸워야 하며, 결국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게 된다. 그의 모험은 단순한 ‘전사가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공존'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쿠보와 전설의 악기의 쿠보는 어머니와 함께 외딴 곳에서 은둔하듯 살아간다. 어머니는 쿠보를 보호하기 위해 마법의 힘을 사용하지만, 결국 쿠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는다. 홀로 남은 쿠보는 악당들과 맞서기 위해 아버지의 전설적인 갑옷을 찾아야 한다는 사명을 안고 여행을 시작한다. 그의 모험은 신화적이고 마법적인 장치로 가득하지만, 중심에는 항상 가족에 대한 사랑과 상실의 아픔이 있다. 쿠보는 여행을 통해 부모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또한 자신이 그들의 사랑과 용기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깨닫는다. 히컵과 쿠보 모두 어린 나이에 가족을 잃고 상처받지만, 그 고통을 넘어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강하게 맞닿아 있다.

 

2. 성장의 방식: 힘이 아닌 이해와 이야기로 완성되는 진짜 강함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히컵은 바이킹 사회가 강요하는 방식—힘으로 드래곤을 지배하는 방식—을 거부한다. 그는 투슬리스와의 유대감을 통해 '공감'과 '이해'가 진정한 강함임을 깨닫는다. 히컵은 자신의 약점이라 여겼던 섬세함과 창의성을 무기로 삼아, 드래곤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다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결국 히컵은 전통을 따르지 않고도 리더가 될 수 있으며, 약하다고 느꼈던 부분이야말로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힘임을 증명해낸다. 히컵의 성장은 폭력이나 전투를 통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다른 존재를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이는 어린 주인공이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드라마틱한 성장 서사를 보여준다. 반면 쿠보와 전설의 악기에서 쿠보는 물리적인 전투 능력을 키우는 대신, 이야기와 음악이라는 독특한 무기를 사용한다. 그는 마법처럼 종이를 접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어머니가 남긴 샤미센(삼현금)으로 세상을 치유한다. 쿠보가 싸워야 할 상대는 외부의 적뿐 아니라, 스스로의 슬픔과 두려움이다. 영화 후반부, 쿠보는 조부인 달의 왕과 마주하게 되지만, 그를 무찌르는 대신 기억과 사랑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승리를 거둔다. 쿠보는 싸움의 종결이 곧 파괴가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기억을 전승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히컵과 쿠보 모두 ‘비전통적인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히컵이 ‘공존’을 통해 성장한다면 쿠보는 ‘기억과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완성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3. 가족의 의미: 물리적 유대에서 정신적 연결로

드래곤 길들이기에서는 히컵과 스토이크의 관계가 중요한 축이다. 둘은 초반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충돌한다. 히컵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자신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반대로 스토이크는 아들이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영화 후반부, 스토이크는 히컵의 방식을 존중하며, 둘 사이의 진정한 유대가 완성된다. 이 과정은 '가족'이란 혈연뿐만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관계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쿠보와 전설의 악기에서는 쿠보가 부모를 직접적으로 복원하거나 구하지 못한다. 그의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 역시 기억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러나 쿠보는 부모의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영화 후반부, 쿠보는 죽은 부모의 정신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조상의 기억과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를 치유하는 역할을 맡는다. 쿠보에게 가족이란 곁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기억과 이야기 속에 살아 있는 존재다. 이 작품은 물리적인 곁에 없어도 사랑은 계속된다는 섬세하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결론: 상실을 넘어 자신을 찾는 여정

드래곤 길들이기와 쿠보와 전설의 악기는 모두 상실을 겪은 소년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히컵은 기존 사회의 규범을 깨뜨리고 공존의 가치를 세우는 리더로 성장하고, 쿠보는 죽은 가족의 사랑과 이야기를 이어받아 세상과 소통하는 존재로 성장한다. 둘의 여정은 단순한 모험이나 승리의 드라마가 아니라, 상처를 끌어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성숙의 이야기다. 이 두 애니메이션은 어린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성장과 가족의 의미를 탐구하며,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진짜 강함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어디에 남아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