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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감독의 <조디악(Zodiac, 2007)>은 미국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미해결 연쇄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1960~7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조디악 킬러’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와 형사들의 집요한 과정을 따라가며, 영화는 진실을 찾는 인간의 집착과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오랜 기간 조디악 킬러를 추적하지만, 사건의 실체는 끝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진실을 향한 집착은 인간을 어디로 이끄는가?", "우리는 언제 진실을 인정해야 하는가?", "확실한 증거 없이도 진실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영화는 집요하게 탐구한다. 이번 글에서는 <조디악>이 제기하는 진실과 집착, 인간의 한계, 그리고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의 희생을 철학적으로 분석해본다.

 

영화 &lt;조디악&gt;

 

1. 진실을 향한 집착 – 인간은 언제 멈춰야 하는가?

영화 속에서 기자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는 조디악 킬러 사건에 강한 집착을 보이며 점점 자신의 삶을 잃어간다.

  • 그는 사건이 점점 미궁으로 빠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오랜 기간 조사에 매달린다.
  • 하지만 그의 집착은 개인적인 삶을 희생하게 만들며, 가족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진다.

이것은 "진실을 찾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과 연결된다.

  • 니체(Friedrich Nietzsche)"괴물을 오랫동안 바라보면, 그 괴물 또한 너를 바라본다."라고 말했다.
  • 즉, 진실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변화하고, 때때로 자신이 쫓는 것과 닮아가게 된다.

그레이스미스는

  1. 초기에는 단순한 관심을 가졌지만, 점점 사건에 몰입하면서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2. 조디악 킬러를 잡는 것이 그의 삶의 목적이 되면서, 그는 자신을 희생하게 된다.
  3. 결국 그는 '진실'을 찾았다고 믿지만, 확실한 증거 없이도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쯤 진실을 찾는 것을 멈춰야 하는가?

  •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면,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 진실을 찾았다고 확신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2. 인간은 확실한 증거 없이도 진실을 믿을 수 있는가?

영화는 끝내 조디악 킬러의 정체를 완벽하게 밝히지 않는다.

  • 하지만 그레이스미스는 한 인물을 범인이라고 확신한다.
  • 문제는 그 확신이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사건을 집요하게 추적한 결과로 형성된 믿음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진실과 확신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탐구하게 만든다.

  • 데카르트(René Descartes)"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통해 확실한 지식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반면, 실용주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어떤 믿음이 인간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 명확한 증거 없이도 인간은 진실을 믿을 수 있는가?
  • 진실이란 객관적 사실인가, 아니면 개인의 확신에 의해 형성되는 것인가?

영화는 이를 모호한 상태로 남겨두면서, 진실을 믿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3. 집착과 희생 –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무엇을 잃게 되는가?

조디악 사건을 추적한 인물들은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희생을 경험한다.

  • 형사 데이브 토스키(마크 러팔로)는 끊임없는 수사에 지쳐간다.
  • 기자 폴 에이버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사건에 너무 깊이 빠져들면서 알코올 중독과 파멸을 맞이한다.
  • 그리고 주인공 그레이스미스는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가족과의 관계를 희생한다.

이것은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 소크라테스(Socrates)"진리를 찾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고 했다.
  • 하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결론: <조디악>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

영화 <조디악>은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진실을 향한 집착, 인간의 확신과 한계,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희생에 대한 깊은 철학적 논의를 담고 있다.

  •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희생해야 하는가?
  • 확실한 증거 없이도 우리는 어떤 것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 진실을 알고 나면, 우리는 만족할 수 있는가?
  • 인간의 집착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완벽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리고 끝내 밝혀지지 않은 조디악 킬러의 정체는, 우리가 끝없이 추구하는 진실의 본질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