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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를 넘어선 우정, 루카와 빅 히어로의 성장과 선택

 

루카(2021)와 빅 히어로 6(2014)는 모두 어린 주인공들이 친구와 함께 성장하고 세상에 한 걸음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영화 모두 디즈니-픽사 계열 애니메이션이지만, 전개 방식과 메시지 전달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두 작품이 다루는 '차이에 대한 수용', '우정의 방식', 그리고 '성장의 의미'를 중심으로 비교해본다.

 

차이를 수용하는 방식: 괴물로 보이는가, 가족처럼 보이는가

루카는 인간 세상과 단절된 바다 괴물 소년의 시선을 통해 ‘다름’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보여준다. 루카는 물속에서는 평범한 존재지만, 인간의 눈에는 괴물로 보인다. 인간 세상에 나가기 위해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간다. 이 설정은 마치 소수자들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며 살아가는 방식과 유사하다. 영화는 이러한 괴리 속에서 ‘용기 있는 공개’가 어떻게 공동체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반면 빅 히어로 6에서는 ‘다름’의 표현이 로봇 베이맥스를 통해 나타난다. 베이맥스는 인간이 아니다. 감정도 느끼지 않지만, 히로에게는 가장 따뜻한 존재가 된다. 영화는 베이맥스를 통해 외형이나 종의 차이가 아닌 ‘행동과 정서적 반응’으로 관계를 정의한다. 베이맥스는 히로의 상실을 받아주고, 응급 처치를 넘어 정서적 치유를 시도한다. 즉, 이 영화에서 다름은 극복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 하나의 ‘상태’로 그려진다. 결과적으로 루카는 정체성을 숨긴 존재가 스스로를 드러내고, 사회가 이를 수용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반면, 빅 히어로 6는 감정이 없는 존재가 인간보다 더 따뜻하게 타인을 돌보는 모습을 통해, '다름'이 오히려 관계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우정의 서사: 함께하는 즐거움 vs 잃은 후의 의미

루카와 알베르토의 우정은 여름 햇살 아래 펼쳐지는 밝고 낭만적인 이야기로 시작된다. 둘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며 성장해 나간다. 이 우정은 ‘같은 비밀을 공유한 자들만이 나눌 수 있는 연대’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알베르토는 외로운 존재였고, 루카는 세상을 모르는 존재였지만, 둘은 서로에게 처음이자 유일한 친구가 된다. 이 관계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특별했던 어느 여름’의 감정과 닿아 있다. 한편 빅 히어로 6에서 히로와 베이맥스의 관계는 상실 이후에 만들어진다. 히로는 형을 잃은 후 무너지고, 그 빈자리를 베이맥스가 채워준다. 베이맥스는 단순한 친구나 도우미를 넘어서 히로가 삶의 의미를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치유자다. 이 관계는 ‘함께한 즐거움’이 아닌, ‘잃어버린 감정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두 작품 모두 우정의 깊이를 보여주지만, 루카가 현재의 교류와 설렘에 집중한다면, 빅 히어로 6는 상실과 치유를 통한 감정의 회복에 집중한다. 특히, 빅 히어로 6에서 베이맥스가 히로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장면은 단순한 로봇의 프로그램이 아닌, 진정한 우정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이는 아이들이 생각하는 '친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성장의 의미: 세상으로 나아가는 용기 vs 감정을 다시 느끼는 회복

루카는 세상을 처음 경험하는 이야기다. 부모의 보호 아래 살던 루카가 인간 세계로 나가, 차이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며 ‘자립’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결국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친구와의 이별을 감내하며 혼자서 인간 세계에 나간다. 이 선택은 어린이에게는 매우 용기 있는 ‘독립 선언’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의 성장 서사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길을 찾는 여정’이다. 반면 빅 히어로 6에서 히로는 형을 잃은 충격으로 인해 감정을 차단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그는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고, 자신의 능력을 복수에 사용하려 한다. 하지만 베이맥스와의 시간을 통해 슬픔을 마주하고, 감정을 다시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는다. 히로의 성장은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며 회복하는 용기’로 요약할 수 있다. 결국 히로는 베이맥스의 헌신을 통해 ‘자신이 기술을 왜 써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얻고,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난다. 두 영화는 모두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루카는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확장된 자아를 말하고, 빅 히어로 6는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고 회복하는 내향적 성숙을 보여준다. 각각의 방식은 관객이 어떤 성장의 단계에 있는가에 따라 다른 울림을 준다.

 

결론: 차이와 감정, 그리고 우정을 바라보는 두 시선

루카와 빅 히어로 6는 모두 ‘다름’을 소재로 삼아 아이들의 우정과 성장을 그려내지만, 방식과 정서의 결이 전혀 다르다. 루카는 밝고 따뜻한 여름의 기억처럼, 낯선 세계에 대한 설렘과 용기를 담고 있다. 반면 빅 히어로 6는 상실 이후 감정을 회복하고 다시 삶을 살아가는 성숙한 이야기를 담는다. 하나는 세상과 처음 만나는 순간의 떨림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에 다시 맞서기 위한 치유다. 이 두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누군가와 함께’ 성장해간다는 사실을, 그 어떤 교훈보다 따뜻하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