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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작품이다. 명품, 뷰티, 자본, 권력, 인간 본성까지 모든 것을 블랙코미디로 녹여낸 이 영화는 "당신이 웃고 있지만, 이건 진짜 웃긴 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는 모델 커플, 억만장자들, 선원들까지 다양한 계층을 등장시켜, 이들이 낯선 상황에 처했을 때 계급 구조가 어떻게 붕괴되고 재편되는지를 매혹적이고도 불편하게 보여준다.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 줄거리: 바다 위에서 무너진 위계질서
영화는 남성 모델 '칼'과 인플루언서 '야야' 커플의 저녁 식사 장면으로 시작된다. 돈을 누가 낼지로 언쟁을 벌이며, 남녀 관계의 권력 역학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들은 초호화 요트 여행에 초대받아 상류층 인물들과 함께 바다로 나가고, 선상에서 벌어지는 대화와 행동들은 위선과 허영으로 가득 차 있다.
요트가 폭풍을 맞고, 기이한 식사와 함께 승객들은 집단 식중독에 걸린다. 곧이어 해적의 습격으로 요트는 침몰하고, 생존자들은 외딴 섬에 고립된다. 이때부터 상황은 급변한다. 선상에서는 가장 하위 계층이던 화장실 청소부 '아비게일'이 섬에서는 유일하게 생존 기술을 가진 인물로, 사실상 '섬의 지배자'가 된다. 기존의 권력과 계급이 역전되며, 인물들은 낯선 방식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등장인물: 누구나 위에 설 수도,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다
- 칼 (해리스 딕킨슨) – 외모로 돈을 버는 남성 모델. 야야와의 관계에서 수동적인 위치에 있다가, 섬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권력에 적응해 나간다.
- 야야 (찰비 딘) –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처음엔 타인의 시선을 즐기지만, 위기의 상황에서는 생존보다 이미지 관리에 더 익숙한 인물로 묘사된다.
- 아비게일 (돌리 드 레온) – 선상에서는 낮은 지위였지만, 섬에서는 유일한 생존 능력자로 권력의 정점에 선다. 영화의 계급 전복을 상징하는 인물.
- 선장 (우디 해럴슨) – 술에 취한 무정부주의자 선장. 풍자와 냉소로 상류층을 바라보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한 리더의 얼굴을 가진다.
작품 기본 정보
제목: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 (Triangle of Sadness)
형식: 블랙코미디 / 풍자 / 생존극
러닝타임: 약 147분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 해리스 딕킨슨, 찰비 딘, 돌리 드 레온, 우디 해럴슨 외
수상: 2022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주제 키워드: 계급 풍자, 생존, 권력 역전, 소비 사회 비판
시청 플랫폼: 넷플릭스 (2025년 기준 제공 중)
감상총평: 이 불편한 우스개가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라면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는 웃음과 불편함이 동시에 올라오는 드문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히 ‘계급 역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가장 본능적인 욕망—인정받고 싶고, 살아남고 싶고, 지배하고 싶다는 욕망—을 낱낱이 해부해 낸다.
영화는 3부 구성을 통해 ‘권력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테제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육지에서, 배 위에서, 섬에서—각 장소가 바뀔 때마다 누가 위에 있고, 누가 밑에 있는지가 뒤바뀐다. 루벤 외스틀룬드는 이러한 반복을 통해 관객 스스로가 권력이라는 개념에 대해 질문을 던지도록 만든다. 우리는 과연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위치가 운에 의해 주어진 것인지, 아니면 진짜 실력인지?
가장 흥미로운 점은, 섬에서의 역전된 계급이 또 다른 착취 구조를 낳는다는 점이다. 아비게일이 가진 권력은 이전 상류층의 것과 다르지 않다. 그녀 또한 '교환'과 '배제'라는 원리를 통해 권력을 행사한다. 이는 "억압받던 자가 권력을 갖게 되었을 때, 그도 타인을 억압할 수 있다"는 역사적 순환의 역설을 시사한다.
감정적으로 보자면 이 영화는 통쾌하기보다 씁쓸하다. 우리가 한 번쯤 꿈꿨던 ‘역전 드라마’는 실제로는 또 다른 ‘지배와 종속’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자각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웃긴데, 계속 웃기만 할 수 없다. 스타일리시하고 세련되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부정하고 싶은 ‘인간의 본질’이 있다.
또한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는 미디어, 패션 산업, SNS를 배경으로 삼으며 오늘날 소비사회가 인간성을 어떻게 표면적으로 소비하고 버리는지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외모는 화폐이고, 사랑도 계산되고, 리더십은 알코올에 취해 있다. 그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결국… 생존 기술 하나쯤 갖는 것이다.
이 영화는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보게 한다. ‘지금 내가 가진 권력과 안정은, 진짜 나의 것일까?’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그 자체로 이 영화는 풍자가 아닌, 거울이 된다.
결론: 진짜 살아남는 사람은 누구인가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는 계급을 파괴하고, 다시 쌓고, 또다시 붕괴시키는 영화다. 웃기지만 웃기지 않고, 자극적이지만 진심이 담겼다. 당신이 어디에 서 있든, 이 영화는 당신의 위치를 흔들어 놓는다.
가볍게 보고 넘길 수 없고,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 접근할 필요도 없다. 다만, 다 보고 나서 마음 한켠이 묵직해지는 감각은 부인할 수 없다.
시청 가능한 플랫폼: 넷플릭스 ※ 2025년 5월 기준, 제공 중. 스트리밍 상황은 추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