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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2016)은 짐 자무쉬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뉴저지 주 패터슨 시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거대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시(詩)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사소하지만 소중한 순간들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애덤 드라이버가 주연을 맡아 고요하면서도 진솔한 연기를 선보이며, 소소한 삶 속에서 시를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 영화는 고요한 리듬으로, 우리가 놓치기 쉬운 ‘평범함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1.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시(詩)의 감각
패터슨은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길을 따라 버스를 운전하며, 같은 바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신다. 그의 삶은 지루할 만큼 규칙적이지만, 그 속에서 그는 자신의 시를 끊임없이 쓴다. 영화 속에서 그의 시는 일상의 작은 부분을 포착한다. ‘매치스틱’에 관한 시처럼,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물건이나 순간도 그의 시선 속에서는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짐 자무쉬 감독은 이 반복성을 강조하기 위해 화면 구성과 연출도 단조롭게 유지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울리는 알람, 패터슨이 출근 준비를 하는 모습, 그리고 버스에서 승객들의 대화를 엿듣는 장면이 반복된다. 하지만 이 반복 속에서 작은 차이들이 발생하며, 패터슨은 그 속에서 새로운 감정을 발견한다. 마치 시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감정의 파편처럼. 패터슨이 시를 쓰는 장면에서는 음악도 최소화된다. 그가 직접 낭송하는 내레이션과 함께 화면에 자막으로 시 구절이 떠오르며, 시어의 울림이 그대로 관객에게 전해진다. 이는 마치 관객도 그 순간 패터슨의 감각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영화는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시적 순간’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도 자신의 일상 속에서 시를 발견할 수 있는 감각을 일깨운다.
2. 패터슨과 로라, 일상에 대한 서로 다른 접근법
패터슨의 아내 로라는 그와 완전히 대조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어 한다. 인테리어를 흑백 패턴으로 꾸미고, 기타를 배우겠다고 선언하며, 컵케이크를 구워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로라는 패터슨의 반복적인 일상을 존중하지만, 자신은 그 틀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꿈꾼다. 이 둘의 관계는 영화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패터슨은 매일 같은 루틴 속에서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로라는 변화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 이러한 차이는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며 살아간다. 패터슨은 로라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웃으며 받아들이고, 로라는 패터슨의 시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특히 로라가 만든 컵케이크를 팔아 번 돈으로 기타를 산 장면은 그녀의 도전정신을 상징한다. 반면, 패터슨은 로라가 기타를 배우려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묵묵히 지지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습은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다. ‘다름’이 갈등이 아닌 조화를 이루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관계로 그려진다.
3. 시인의 자아 찾기, 고독하지만 풍요로운 시간
패터슨은 시를 쓰지만, 그것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는다. 그의 공책에는 수많은 시가 적혀 있지만, 그는 그저 자신만의 공간 속에서 그 시를 소중히 간직한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그의 공책이 로라의 애완견 마빈에 의해 찢겨져 버리면서 그의 창작물은 모두 사라지고 만다. 이 사건은 패터슨에게 큰 충격을 주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는다. 공책이 사라진 다음 날, 공원에서 만난 일본인 시인은 그에게 "가끔 빈 페이지도 좋은 시가 될 수 있다"며 새로운 공책을 선물한다. 이 만남은 패터슨에게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며, 그의 시가 단지 글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과 감각에 있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패터슨이 계속해서 시를 쓰는 이유는 명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는 시를 통해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내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치유한다. 마치 일기처럼, 그의 시는 그날의 감정을 기록하는 한 조각으로서 존재한다.
결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시는 흐른다
패터슨은 거대한 서사나 극적인 사건 없이도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매일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주인공이지만, 그 속에서 그는 시를 통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본다. 로라와의 관계 역시 서로 다름을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감각을 공유한다. 결국, 패터슨에게 시란 특별한 사건이나 거창한 주제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소중히 기록하는 도구다. 이 영화를 본 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의 일상 속에서도 시를 발견할 수 있을까?" 패터슨은 그 답을 조용히 들려준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만 바꾼다면, 그 안에 수많은 시적 순간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