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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터슨>

 

짐 자무쉬(Jim Jarmusch) 감독의 <패터슨(Paterson, 2016)>은 단순한 드라마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일상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창조성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평범한 삶이 과연 특별할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철학적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인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은 뉴저지주의 한 소도시에서 버스 운전사로 일하며,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노선을 운행하며, 같은 바에서 맥주를 마시는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는 그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시를 쓰며, 삶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의미를 발견한다. 그의 아내 로라(골쉬프테 파라하니)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며 변화를 즐긴다. 영화는 두 사람의 대비를 통해 창조성의 본질과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는 "예술은 거창한 삶에서만 탄생하는가?", "창조성이란 무엇인가?", "반복되는 일상도 특별해질 수 있는가?" 등의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번 글에서는 <패터슨>이 탐구하는 일상 속 예술성과 창조성, 반복되는 삶의 의미, 그리고 평범함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함을 분석해본다.

 

1. 일상 속 예술 – 창조성이란 무엇인가?

영화에서 패터슨은 하루하루 같은 생활을 하지만, 그 속에서 영감을 얻어 시를 쓴다. 그는 버스를 운전하면서 승객들의 대화를 듣고, 거리를 지나며 보이는 풍경들을 마음속에 담으며, 그 모든 것을 시로 기록한다. 그의 시는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나도 평범한 것들에 대한 시선이지만, 그것이야말로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특별한 순간들이다.

이러한 창조성에 대한 접근은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존재와 시간' 개념과 연결된다. 하이데거는 "진정한 존재는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 속에서 발견된다."고 말했다. 즉, 패터슨이 매일 반복하는 일상이 단순히 지루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된다.

영화 속에서 패터슨의 시는 단순히 단어의 조합이 아니라, 그가 살아가는 방식을 반영한다. 그는 유명한 시인이 되려고 하지 않으며, 자신의 글을 출판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는 오직 **창작 행위 그 자체를 즐긴다.** 그렇다면 창조성이란 무엇인가? 창조란 거창한 작업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순간을 기록하는 것에서도 창조성을 찾을 수 있는가? 영화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도 창조성을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반복되는 삶 – 반복 속에서도 새로움은 존재하는가?

패터슨의 삶은 하루도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길을 운전하고, 같은 곳에서 저녁을 보낸다. 하지만 그 일상 속에서도 그는 항상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같은 장소에서도 다른 관점을 가지며 세상을 바라본다.

이것은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영원회귀' 개념과 연결된다. 니체는 "만약 우리가 같은 삶을 무한히 반복해야 한다면, 우리는 그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패터슨은 같은 하루를 반복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도 의미를 찾고, 작은 차이를 발견하며,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렇다면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반복되는 하루도 특별해질 수 있는가? 영화는 같은 일상이 반복된다고 해서 그것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며,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3. 평범한 삶은 특별할 수 있는가?

영화 속에서 패터슨은 예술가로서 유명해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시를 누구에게도 보여주려 하지 않고, 그저 노트에 기록할 뿐이다. 반면 그의 아내 로라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변화를 추구하고, 더 큰 것을 꿈꾼다. 두 사람의 삶의 태도는 매우 다르지만, 영화는 어느 한 쪽이 더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러한 평범함과 특별함의 관계는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시시포스 신화'와 연결된다. 카뮈는 "시시포스는 끝없이 같은 바위를 산 위로 굴려야 하지만, 그 순간순간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패터슨 역시 자신의 삶이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는 매일을 살아가며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간다.

그렇다면 평범한 삶도 특별할 수 있는가? 성공과 명성을 얻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 영화는 우리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결론: <패터슨>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

영화 <패터슨>은 단순한 일상 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일상 속 예술성과 창조성, 반복되는 삶의 의미, 그리고 평범함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함을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영화는 예술은 거창한 삶에서만 탄생하는가, 창조성이란 무엇인가, 반복되는 일상도 특별해질 수 있는가, 평범한 삶도 의미가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우리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같은 하루도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