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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포 더 와일더피플 vs 굿바이 마이 프렌드

 

헌트 포 더 와일더피플(2016)과 굿바이 마이 프렌드(1995)는 서로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고립된 소년과 외로운 어른이 만나 서로를 치유하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따뜻하면서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두 영화 모두 사회와 단절된 존재들이 자신만의 가족을 발견하고,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며 진정한 성장을 이룬다는 공통된 주제를 품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두 작품을 비교하며, 소외된 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여정에 대해 깊이 살펴본다.

 

고립된 소년과 세상의 끝자락에 선 어른, 두 존재가 만들어내는 기적

헌트 포 더 와일더피플의 리키는 가난과 방치 속에서 수차례 파양을 경험한 끝에, 산골에서 소박하게 사는 벨라와 헥 부부에게 보내진다. 그러나 곧 사랑을 주던 벨라가 세상을 떠나고, 리키는 다시 홀로 남게 된다. 헥은 투박하고 말이 적지만, 결국 리키를 보호하기 위해 그와 함께 광활한 숲 속으로 도망친다. 리키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소년이고, 헥은 아내를 잃고 삶의 의미를 잃은 고독한 노인이다. 둘은 겉으로 보기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길고 험난한 도피 생활을 함께하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처음에는 헥에게 끌려 다니던 리키가 점차 주도적으로 모험을 이끌기 시작하고, 헥은 리키를 통해 다시 세상과 연결될 용기를 얻는다. 굿바이 마이 프렌드의 덱스터 역시 다르지 않다. 그는 에이즈로 인해 가족과 사회로부터 사실상 격리된 존재다. 덱스터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동정이나 두려움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느 누구도 자신의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 이사 온 소년 에릭은 다르다. 에릭은 덱스터를 병든 아이가 아니라 또래 친구로 바라본다. 에릭과 덱스터는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장난을 치고, 매일을 온전히 살아낸다. 에릭의 순수한 우정은 덱스터에게 오랜만에 '자신이 살아있다'는 감각을 되찾아준다. 이 두 작품은 모두 ‘누군가의 온전한 시선’이 외로운 이들을 구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자연과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진짜 자유와 관계의 힘

헌트 포 더 와일더피플에서는 자연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치유와 자유의 상징이다. 숲은 리키와 헥에게 경찰과 복지기관, 그리고 세상의 시선을 피해 숨을 수 있는 은신처가 된다. 도시의 규칙과 틀을 벗어난 숲속 생활 속에서, 리키는 처음으로 자신만의 삶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사회가 강요하는 '문제아'라는 정체성을 벗어나, 스스로 꿈꾸고 계획하며 삶을 꾸려나간다. 헥 또한 이 자연 속에서 아내를 잃은 상실감을 치유받는다. 광활한 자연은 이들에게 과거를 묻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그 자유 속에서 리키와 헥은 진짜 가족이 되어간다. 굿바이 마이 프렌드는 훨씬 더 작은 스케일의 일상을 배경으로 한다. 덱스터와 에릭이 공유하는 것은 특별한 모험이나 사건이 아니다. 평범한 골목길, 야구 연습장, 옥상 위의 하늘 같은 일상적 공간들 속에서, 이들은 서로에게 세계를 열어준다. 덱스터는 매일 조금씩 약해지지만, 에릭과 함께하는 일상은 그에게 살아 있는 동안 의미를 부여한다. 에릭 역시 덱스터를 통해 타인의 고통과 죽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이 영화는 거창한 사건 없이도,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삶의 깊이를 그려낸다. 특별한 것이 없는 하루하루가 쌓여 결국 덱스터와 에릭을 '진짜 친구'로 만든다. 자연과 일상이란, 결국 외로운 이들에게 세상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을 주는 공간인 셈이다.

 

이별을 준비하며 진짜 성장하는 사람들

두 영화는 이별을 통해 인물들의 성장을 완성시킨다. 헌트 포 더 와일더피플에서는 리키와 헥이 결국 경찰과 대면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을 때, 리키는 도망이 아닌 선택을 한다. 그는 헥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경찰에게 나서고, 헥 또한 리키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한다. 이들의 이별은 아쉬움과 눈물 속에 이루어지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남긴다. 결국 리키는 새로운 가정을 받아들이며,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마주한다. 헥 역시 다시 누군가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용기를 얻는다. 그들의 여정은 비록 짧았지만, 서로에게 진정한 가족이 되어주었던 시간이었다. 굿바이 마이 프렌드에서는 죽음이 명확한 끝으로 다가온다. 덱스터는 점점 약해지고, 결국 세상을 떠난다. 에릭은 덱스터의 죽음을 어린 나이에 겪어야 하지만, 그는 덱스터와의 우정을 통해 죽음을 두려움 대신 수용하게 된다. 에릭은 덱스터가 가르쳐준 용기와 삶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덱스터의 죽음은 슬프지만, 그들의 우정은 살아남아 에릭을 성장시킨다. 이별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경험으로 남는다. 두 작품 모두 이별을 피하거나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과정 속에서 인물들이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도록 이끈다. 성장이란 아픔과 상처를 무조건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견디고 끌어안으면서 자신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임을 조용히 이야기한다.

 

결론: 세상을 등진 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또 다른 세계

헌트 포 더 와일더피플과 굿바이 마이 프렌드는 모두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서로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리키와 헥, 덱스터와 에릭은 출발선도, 목적지도 달랐지만, 서로를 만나면서 삶을 새롭게 정의했다. 사랑받지 못했던 리키는 헥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세상의 끝에 있었던 헥은 리키를 통해 다시 사람을 믿게 된다. 죽음을 앞둔 덱스터는 에릭 덕분에 마지막까지 웃으며 살아갈 수 있었고, 에릭은 덱스터를 통해 삶과 죽음 모두를 품는 법을 배웠다. 이 두 작품은 말한다. 우리가 진짜로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원이 아니라, 서로를 온전히 바라봐 주는 단 한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런 만남이 가능할 때, 비록 세상이 버린 존재들이라도,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고. 고립과 상처, 죽음과 이별을 담담히 그리면서도, 결국 인간성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이 두 영화는, 그래서 더욱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