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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의 이야기는 애니메이션 속에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 캐릭터들이 중심이 되는 작품들을 조명하며, 이들 캐릭터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흥미로운 주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주로 한 인물이 중심 서사를 이끌어가지만, 그 주인공을 돕거나 때로는 갈등을 유발하는 조연 캐릭터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 조연 중에는 매력과 깊이를 지닌 캐릭터들이 많으며, 그들의 이야기가 메인이 될 경우 새로운 서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글에서는 애니메이션 속 주연 못지않은 히로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중심이 되었을 때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는지 상상해본다.
1. 〈나루토〉 – 사쿠라는 왜 주인공이 되지 못했나?
〈나루토〉 시리즈에서 사쿠라는 주연 삼인방 중 한 명이지만, 이야기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루토와 사스케의 서사에 가려진 그녀의 성장 이야기는 비교적 소홀히 다뤄졌으며, 팬들 사이에서도 "사쿠라는 왜 항상 조연에 머무를까?"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사쿠라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졌을까? 우선, 사쿠라는 체술과 의술을 모두 겸비한 닌자로서 강인한 성장 서사를 가진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감이 부족했지만, 츠나데에게 배운 의술과 전투 기술을 통해 자립하고 강해진다. 특히, 사스케와 나루토 사이에서 겪는 감정적 갈등은 사쿠라 개인의 성장 서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사스케를 사랑하면서도 동료로서 그를 막아야 하는 상황은 사쿠라의 내면적 갈등을 깊이 탐구할 여지를 준다. 또한, 전쟁 후 의료 닌자로서 재건에 앞장서는 사쿠라의 이야기는 전쟁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세대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만약 사쿠라가 주인공이었다면, 그녀의 성장과 선택, 동료를 구하기 위한 헌신이 더욱 강조되어 현실적이고도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다뤄졌을 것이다. 특히 "힘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윤리적 질문을 통해, 닌자의 가치관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2. 〈진격의 거인〉 – 히스토리아의 왕좌 이야기
〈진격의 거인〉에서 히스토리아 레이스는 단순히 배경 인물이 아니라, 이야기의 큰 축을 담당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주연인 엘런과 미카사의 서사에 가려져 그녀의 개인적 갈등은 충분히 부각되지 않았다. 만약 히스토리아가 주인공이었다면, 왕좌를 차지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의 정치적 고민들이 중심이 되었을 것이다. 히스토리아는 태생부터 비운의 캐릭터로, 왕가의 피를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특히, 진짜 이름조차 부정당하며 크리스타라는 가명으로 살아가야 했던 그녀의 삶은 철저히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야 하는 운명이었다. 하지만 레이스 가문의 진실을 알게 된 후, 스스로 왕좌에 올라 백성들을 위해 싸울 결심을 한다. 왕이 된 이후에도 히스토리아의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엘런과 지크의 대립, 벽 밖의 세계와의 전쟁, 그리고 파라디 섬 내부의 정치 갈등은 히스토리아를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만든다. 그녀의 시점에서 보면, 거대한 운명과 맞서야 하는 인간적인 고뇌와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이 더욱 깊이 있게 그려질 수 있었다. 히스토리아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는 ‘왕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현실적으로 탐구하며, 권력과 윤리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한 서사가 될 수 있었다.
3. 〈데스노트〉 – L의 관점에서 본 정의와 추리의 갈등
〈데스노트〉의 주인공은 라이토지만, L은 그와 대등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인물이다. 하지만 라이토의 시점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L의 심리와 개인적 고민은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만약 L이 주인공이었다면, 어떻게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탐구가 중심이 되었을 것이다. L은 세계 최고의 명탐정으로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불법적 수단도 불사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키라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는 자신의 방식이 과연 진정한 정의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특히, 키라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사람을 도구처럼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의 도덕적 가치관은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른다. 더욱이, L의 고독한 삶과 특이한 행동 패턴은 그가 천재이면서도 인간적인 외로움을 겪는 캐릭터임을 보여준다. 만약 그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심도 깊게 탐구하며, 추리와 윤리의 경계에서 고뇌하는 그의 내면이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졌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추리 게임이 아니라, 정의와 인간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한 천재 탐정의 복잡한 심리극이 되었을 것이다.
결론: 조연이 주인공이 되었을 때,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
애니메이션 속 조연들은 주인공 못지않은 매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인 서사에 밀려 그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조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주인공이었다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사쿠라, 히스토리아, L 같은 인물들이 중심이 되면, 영웅적 서사보다는 인간적 고민과 현실적인 갈등이 더 부각될 것이다. 조연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기존 서사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다양한 감정과 철학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다. 이처럼 조연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 더 많아진다면, 애니메이션의 서사는 더욱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확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