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Pixar)는 감정 서사와 시각적 연출 모두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그중에서도 업(2009)과 월-E(2008)는 말수 적은 캐릭터들이 이끄는 서사로 깊은 감정을 전달하며, 대사보다 이미지와 사운드를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픽사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두 작품은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말 없는 존재가 어떻게 사랑과 연결을 전하는가’라는 공통된 주제를 품고 있다. 침묵, 시선, 작은 행동들로 완성된 이 두 영화는 감정 전달의 방식과 캐릭터의 외로움, 그리고 사랑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흥미롭게 교차한다. 1. 업과 월-E에서의 말 없는 시작, 시각 언어로만 전달되는 감정업과 월-E의 가장 인상적인 공통점은 ‘대사가 거의 없는 도입부’다. 특히 업의 오프닝..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과 캐롤(2015)은 각각 프랑스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여성 간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두 영화는 시대적 배경, 사회적 제약, 인물 간의 감정 표현 방식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말할 수 없는 사랑'이 중심에 놓인다. 직접적인 고백보다 시선, 침묵, 그리고 감정을 담은 행동들로 교감하는 두 작품은 사랑이 겪는 억압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세심하게 포착한다. 이 글에서는 두 영화의 연출 방식과 감정 표현, 결말에서 드러나는 시선의 차이를 중심으로 비교해 본다. 1.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캐롤, 억압된 사회 속 사랑 표현 방식의 차이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 화가 마리안은 귀족 여성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몰래 그리기 위해 고용된다. 두 ..

킹스 스피치(2010)와 위플래쉬(2014)는 언뜻 보면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다. 전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 드라마이며, 후자는 음악을 배경으로 한 심리 스릴러에 가까운 성장 서사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주인공이 내면의 결핍과 공포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놀라운 공통점을 지닌다. 특히, 두 작품은 ‘성장’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방식의 지도와 어떤 관계가 유효한지를 전혀 다르게 제시하면서, 관객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1. 킹스 스피치와 위플래쉬, 두려움과 결핍에서 출발한 주인공들킹스 스피치의 주인공 버티, 즉 조지 6세는 어린 시절부터 말을 더듬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왕이라는 상징적인 위치에 있으면서도, 대중 앞에서 연설을..

버닝(2018)과 기생충(2019)은 모두 한국 사회의 계급 문제를 다루는 영화이지만, 표현 방식과 정서적 밀도는 확연히 다르다. 두 작품은 각각 이창동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의 손에서 탄생했으며,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과 인간 내면의 불안을 서스펜스적인 분위기로 풀어낸다. 버닝은 미스터리와 은유로, 기생충은 블랙코미디와 장르적 전환을 통해 현실을 비튼다. 두 영화는 모두 불편하고, 명쾌하지 않으며, 그 안에서 관객은 현실보다 더 날카로운 ‘진실의 감각’을 느끼게 된다. 1. 보이지 않는 계급의 차이, 감각적 불균형으로 그려낸 버닝과 기생충기생충은 ‘반지하’와 ‘대저택’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대비로 계급을 시각적으로 명확히 보여준다. 반면 버닝은 훨씬 더 은유적이고 모호한 ..

‘그녀(Her, 2013)’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는 겉보기에 완전히 다른 장르처럼 보인다. 전자는 조용한 분위기의 미래적 러브스토리이고, 후자는 정신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멀티버스 액션 코미디다. 그러나 두 영화는 공통적으로 하나의 질문을 향해 나아간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관계 속에서 진짜 나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 두 작품은 기술과 차원의 간극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고립과 감정, 그리고 정체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두 영화는 극단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자아와 관계, 존재의 의미를 해석하고 있지만, 모두 인간 내면의 깊숙한 불안과 욕망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1. 연결을 갈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