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 스튜디오는 오랫동안 가족, 삶, 죽음과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 안에서 섬세하게 다뤄왔다. 그중에서도 소울(Soul, 2020)과 코코(Coco, 2017)는 '죽음 이후의 세계'라는 민감한 소재를 픽사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두 작품이다. 각각 재즈 음악과 멕시코 전통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삶의 의미’와 ‘기억’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둔다.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접근 방식과 감정의 방향, 메시지의 결론은 사뭇 다르다. 이 글에서는 소울과 코코를 통해 픽사가 어떻게 죽음을 이야기하는지를 비교하며, 그 안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삶의 태도와 철학을 살펴본다. 1. 죽음 이후를 바라보는 소울과 코코, 어디에 초점이 있는가코코는 멕시코의 전통 명절인 ‘죽은 자의 ..

〈라라랜드〉와 〈비긴 어게인〉은 음악이라는 공통된 언어를 중심에 두고 전개되는 영화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과 꿈, 그리고 인생의 전환점을 이야기한다. 두 작품 모두 음악을 통해 인물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인생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을 그리지만,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선택과 감정의 결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라라랜드〉는 찬란하게 사랑했던 두 남녀가 결국 각자의 꿈을 위해 이별하는 현실적인 판타지라면, 〈비긴 어게인〉은 상처 입은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다시 자신을 회복하는 소통의 이야기다. 두 영화는 뮤지션이라는 정체성과 감정의 흐름이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사랑과 꿈 중 무엇을 선택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서로 다른 대답을 제시한다. 1. 라라랜드와 비긴어게인, 창작의 방식이 감정을 ..

인터스텔라(2014)와 컨택트(Arrival, 2016)는 모두 인간과 우주, 시간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룬 SF 영화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이 감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전혀 다르다. 하나는 사랑을 통해 블랙홀을 넘고, 다른 하나는 언어로 시간의 구조를 초월한다. 둘 다 과학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결국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감정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놀란 특유의 스케일과 드라마틱한 연출로 우주의 끝에서 사랑을 외치고, 컨택트는 드니 빌뇌브의 묵직한 연출을 통해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이 두 작품은 ‘우주에서의 인간성’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며,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흥미롭게 탐색한다. 1. 우주와 시간의 구조, 과학을 통한 서사적 접근인터스텔라는 블랙홀, 웜홀, ..

로건(2017)은 마블 코믹스 기반의 X-Men 시리즈 중 하나이자,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의 마지막을 담은 영화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의 틀을 넘어서, 노화, 상실, 부성애,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품은 진중한 드라마에 가깝다. 쇠약해진 몸, 죽어가는 세대, 희망 없는 미래 속에서 한 영웅이 마지막으로 택하는 선택은 ‘세상을 구하는 것’이 아닌 ‘한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로건은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슈퍼히어로 장르 안에서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으로, 장르의 경계를 허문 감정적 피날레라 할 수 있다. 1. 쇠퇴하는 영웅, 초인의 늙음이 주는 현실성영화 속 로건은 우리가 기억하는 강력하고 날렵한 울버린이 아니다. 그는 나이가 들며 치유 능력이 현저히 약해졌고, 몸은 ..

에놀라 홈즈(2020)는 셜록 홈즈의 여동생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낸시 스프링어의 원작 소설 『에놀라 홈즈 미스터리』를 기반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고전 탐정물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젠더와 자아 정체성에 대한 현대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밀리 보비 브라운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명탐정 셜록 홈즈의 그늘에서 벗어나 ‘에놀라’라는 이름이 어떻게 독립적인 주인공으로 자리 잡아가는지를 따라간다. 작품은 단순한 추리물이 아니라, 성장과 독립, 그리고 여성의 자율성을 이야기하는 서사로서 흥미롭다. 1. 셜록의 동생이라는 설정, 가족을 넘어선 정체성 찾기에놀라는 셜록과 마이크로프트 홈즈의 막내 여동생으로,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전통적인 여성 교육 대신 어머니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