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더(Wonder, 2017)는 알려지지 않은 병으로 인해 남들과 다른 얼굴을 가진 소년 ‘어기 풀먼’이 세상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비범한 외모로 태어난 아이가 평범한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겪는 시련과, 그 속에서 성장하는 어기와 주변 인물들의 감정은 단순한 휴먼 드라마를 넘어 ‘다름’과 ‘포용’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차별, 가족, 용기의 의미를 담담하면서도 진심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다. 1. 얼굴이 다른 아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법어기 풀먼은 선천성 안면기형을 앓고 있다. 27번의 수술을 거쳤지만, 여전히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이런 외적인 특징을 단순한 ‘장애’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

엘리멘탈(2023)은 픽사가 선보인 또 하나의 도전적인 작품으로, 감정과 정체성, 이민자 경험을 자연의 원소라는 메타포로 풀어낸 독창적인 애니메이션이다. ‘불’, ‘물’, ‘공기’, ‘흙’ 네 가지 원소들이 한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픽사는 이들을 통해 차별과 문화적 갈등, 그리고 세대 간의 이해라는 현실적 주제를 은유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불 원소 소녀 ‘앰버’와 물 원소 소년 ‘웨이드’의 관계를 통해, 서로 다른 존재가 어떻게 감정을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1. 엘리멘탈에서 ‘불’과 ‘물’이라는 설정에 담긴 차별의 은유엘리멘탈의 세계에서 각 원소들은 한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지만, 완전히 통합된 사회라고는 볼 수 없다. 특히 불 원소는 위험하고 파괴적..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은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대칭적 구도, 화려한 색감, 그리고 기묘하게 우스꽝스럽지만 동시에 씁쓸한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이다. 영화는 1930년대 유럽을 모델로 한 가상의 공화국 ‘주브로브카’를 배경으로, 전설적인 호텔 지배인 구스타브 H.와 그의 로비 보이 제로가 겪는 모험을 다룬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유쾌한 미스터리 코미디가 아니다. 웨스 앤더슨은 정교하게 정렬된 화면과 경쾌한 전개 속에, 한 시대의 몰락과 인간의 불안, 그리고 기억 속 세계의 퇴색을 섬세하게 녹여낸다. 1. 웨스 앤더슨의 대칭 미학과 정서적 거리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웨스 앤더슨의 영화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는 특징은 완벽에 가까운 ‘대칭 구도’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역시 모든 장면..

바빌론(2022)은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1920년대 할리우드의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전환되던 격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초창기 영화 산업의 화려함과 동시에 그 속에 내재한 광기, 혼란, 예술과 타락의 공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성공을 향한 열망과 몰락의 그림자 사이를 오가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시험받는다. 바빌론은 화려하고 격정적이지만 동시에 파괴적이었던 영화 산업의 초창기를 생생하게 포착하며, 관객에게 영화가 무엇인지, 예술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1. 사운드 도입 이전과 이후, 영화 산업의 대격변1920년대 후반, 영화 산업은 역사상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바로 '사운드의 도입'이..

이터널스(2021)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기존 공식을 탈피한 독특한 작품으로, 초인적 능력을 지닌 존재들이 인간 세계 속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신이 인간처럼 느끼는 것’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연출 아래, 이터널스는 시네마틱 액션보다는 인물의 내면, 감정, 존재의 의미에 더 집중하며 마블 유니버스의 확장된 세계관 속에서 가장 사색적인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1. 이터널스에서 신적인 존재의 딜레마: 창조자에게 반기를 든다는 것이터널스는 ‘셀레스티얼’이라는 창조자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은 존재들이다. 그들은 수천 년 동안 인류를 보호해 왔지만, 실상은 인간을 키워 셀레스티얼의 탄생을 위한 ‘씨앗’으로 삼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 설정은 종교적 은유와 철..